청계천에 사람이 북적거린다. 이 날은 청계천에서 등불 축제가 열린 날도 아니었고 집회가 열린 날도 아니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동성 결혼식 ‘김조광수와 김승환의 당연한 결혼식! 어느 멋진 날’이 치러진 날이었다.

종각역 5번 출구로 나오자 ‘동성 결혼은 인류의 재앙이다’, ‘인류를 파멸케 하는 동성결혼 척결하자’와 같이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피켓과 ‘며느리가 남자라니 농번기에 좋겠구나’와 같은 동성 결혼을 찬성하는 피켓들이 섞여있었다. 이런 상반되는 모습들을 보며 결혼식이 행해지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결혼식 장소인 청계천 광통교에서는 이미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와 함께 사진을 찍으려고 모여 있었고 여러 단체가 거리에 나와 그들의 결혼식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결혼식장 앞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축의금을 받고 있었다. 축의금은 성소수자 센터 건립에 사용된다며 꼭 넣어주기를 당부했다. 봉투에 만원을 넣어 건네준 다음 방명록을 쓰고 난 뒤 결혼식장으로 들어갔다.

결혼식에는 여러 정당의 의원들을 포함해 진중권, 표창원, 하리수 등 수많은 유명인들이 참석해 그들의 결혼을 축복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서로 사랑하고 믿는 사람들이 가족을 이루고 함께 의지하며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이런 주장 앞에 성별과 성적 지향의 차별이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며 축사를 했다.

▲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결혼식을 올리고 있다.
이후 본격적인 결혼식이 시작됐다.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김조광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사춘기에 게이란 걸 알았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말 한번 붙이지 못했죠. 당당하게 사랑을 하고 싶어요”라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가 끝난 뒤 그들은 사랑의 서약을 맺었다.

결혼식 중 대학생 지지자 모임인 ‘이 결혼 찬성일세’의 남녀 대표 두 명이 나와 축하인사를 전했다. 여자 대표는 “저는 25살 레즈비언입니다. 이렇게 당당하게 말했지만 때로는 정체성을 숨기며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 부부의 행복한 미래와 우리들의 평등한 미래를 함께 약속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며 울먹였다. 남자 대표 역시 “저는 24살의 평범한 게이입니다. 오늘 이 멋진 밤 이 연인의 행복한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비추고 싶습니다. 언젠가 제 미래가 될 순간을요”라며 벅찬 감동을 전했다.

결혼식 중간에 기독교인이 난입해 난동을 부리거나 결혼식장에 된장과 오물을 섞은 물질을 뿌리는 등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결혼식 후 김조광수는 “오늘부터 저희는 법적으로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부부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축복 속에 저희가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게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승환은 “사실 오늘 저희 부부의 가족들이 모두 다 오셨어요. 제가 게이라는 것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인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또 지지해주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조광수는 자신의 어머니를 무대 위로 불러내 사랑한다고 말했다. 김조광수의 어머니는 “여러 어머니, 아버지 분들. 꼭꼭 숨어있지 마시고 앞으로 좀 나와 주세요. 자녀들이 얼마나 속을 태우면서 살아가는지 모르실 거예요. 저희 같이 힘을 합쳐서 우리 자녀들을 도와줍시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감사인사와 함께 그들은 객석을 향해 부케를 던졌다. 그렇게 그들의 ‘어느 멋진 날’은 끝이 났다.

결혼식의 서포터즈로 참여해 행사를 도운 최예지(24)씨는 “이 결혼식이 동성결혼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익숙해질 수 있게 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영동(25)씨는 “김조광수 어머니가 울먹이면서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성소수자 당사자와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 아픔들을 겪었고 이에 단련이 됐는지 실감할 수 있었어요. 마음이 아팠고 한편으로는 존경스러웠어요”라며 결혼식을 본 소감을 말했다.

현재 김조광수-김승환 부부가 혼인신고서를 작성한 서대문 구청에서는 "법률을 검토한 결과 동성 결혼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접수 자체를 거부할 근거가 없다. 가족관계 등록은 법원의 위임을 받아 진행되는 업무이기 때문에 혼인신고 접수 후 법원에 유권해석을 맡기겠다"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첫 동성 부부가 생길 가능성도 있게 된 것이다. 과연 이 결혼식은 김조광수-김승환, 그들에게만 ‘어느 멋진 날’이 될까 아니면 그들 같은 사람들에게도 다가올 ‘어느 멋진 날’이 될까.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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