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故 성재기 씨의 한강 투신은 여러가지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투신 이후 故 성재기 씨가 설립한 ‘남성연대’와 그가 끊임없이 비판해 오던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유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다.

성재기 씨의 투신으로 성 평등 문제가 다시금 환기된 시점에서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성 평등 인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9일과 10일 양일 간 교내에서 진행됐으며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는 총 159명(남자 93명, 여자 66명)이다.

 

남 73% 여 94%, “성차별 존재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성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남성의 73%, 여성의 94%가 ‘그렇다’고 답했다. ‘성차별이 존재한다면 성차별을 더 자주 경험하는 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남성의 38%(1위), 여성의 65%(1위)가 ‘여성’이라고 답했다. ‘비슷하다’는 의견도 남성 33%, 여성 29%로 그 뒤를 이었다.

성별로 차별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남성이 40%, 여성이 47%였으며 차별 대우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남성 59%, 여성 52%였다. 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73%(남성), 94%(여성)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해보면 실제 차별 대우를 당한 경험은 비교적 적은 수치다. 여성정치를 전공하는 국제관계학과 김민정 교수는 성차별 경험의 수치가 비교적 낮은 데에 대해 “과거보다 확실히 성차별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학생들이 성차별적 대우에 대해 민감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또한 대학에 있는 동안에는 사회의 차별 구조에 그렇게 심하게 노출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배려정책에 역차별 느끼는 남성들

경기, 인천 등의 시외버스에 있는 여성전용좌석은 남성들의 반발을 일으켰다. 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여성전용좌석을 접한 장국영(국어국문 11)씨는 “임산부도 아니고 단지 여성을 위한 좌석이라 놀랐다. 여성전용좌석 때문에 남자인 노인이 버스에서 서서 가야 한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도 여성공간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때때로 불합리해 보일 때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차별을 당했다고 응답한 남성 중 59%가 성차별을 느끼는 상황으로 ‘특정 성을 위한 편의시설을 볼 때’(1위)를 꼽았다. 여성전용공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남성의 43%가 ‘필요하지 않다’(1위), 여성의 45%가 ‘필요하다’(1위)고 답해 남녀 간의 차이를 보였다.

여성전용공간과 같은 여성배려정책으로 역차별을 느낀다는 남성들을 대변해 ‘남성권리 향상’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시민단체 ‘남성연대’가 지난 2011년 출범했다. 설문조사 결과 우리대학 남학생 중 남성연대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은 31%였다. 이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 “여성배려정책의 의미가 변질돼 역차별을 당하고 있는 남성들을 대변해주는 단체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남성연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는 남성이 25%, 여성이 40%였다. 남성연대가 부정적으인 이유로 “피해의식에 젖어 객관적 시선으로 상황을 보지 못한다”, “남성인권 신장을 여성인권의 저하를 통해 이루려는 모습 때문”, “진정한 활동이기보다 이벤트에 가까운 것 같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 김민정 교수는 “결사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에서 ‘남성연대’와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의 자유도 보장되기 때문에 남성연대의 존재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남성연대가 여성을 적으로 생각하고 ‘여성단체들은 많은데 남성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여성단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가 있다면 비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도 있어야 한다는 논리와 마찬가지”라고 남성연대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남 75% 여 73%, 여가부에 대해 “부정적”

남성연대의 전 대표 성재기 씨의 한강 투신 이후, 여러 기사를 보면 여가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댓글이 베스트 댓글이 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남성의 75%, 여성의 73%는 여가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성들의 경우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에 달했다. 여가부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본래 취지와 역할에서 벗어난 일들을 하는 것 같다”, “합당한 설명 없이 상식에 벗어나는 정책을 추진한다” 등 여가부가 시행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이 가장 많았다.

김민정 교수는 “존 스튜어트 밀은 한 성에 대한 억압은 다른 성에 대한 억압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즉 여성에 대해서 억압이 심한 국가는 남성에 대해서도 억압이 많은 국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남성의 가족 부양율이 95%라는 것은 사회적 활동에 제약이 많은 여성이 남편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하도록 정책을 마련해주면 남성의 가족부양율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한 여성 정책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설득 작업이 필요하고, 정책도 남성과 더불어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녀는 서로 이익을 나누는 적대적 제로섬 게임에 놓여있는 존재들이 아니고 같이 공존하는 파트너이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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