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법칙

아래 내용은 취업준비생 한 명을 인터뷰해 기자가 각색한 것입니다.


원서 넣은 날

오늘도 한 시간이 멀다하고 취업사이트와 카페를 들락날락거리며 정보를 모았다. 원서 마감일을 모두 적어 놓으니 다이어리가 빽빽하다.

취업 카페라는 곳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인 동시에 자괴감을 느끼게 하는 잔인한 공간이다. 자신의 좋은 스펙을 쭉 늘어놓고 “이 정도면 대기업 갈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사람들의 스펙에 비해 내 스펙은 너무 하찮아 보여 맥이 쭉 빠진다. 저런 사람들도 취직을 못하는데 ‘내가 원서를 넣을 자격이나 있을까’하는 생각이 오늘도 여러 번 들었다.

자소서에 ‘실패했던 경험과 그로부터 얻은 것’을 쓰라 하면 정말 고역이 따로 없다. 나는 그렇게 크게 실패한 경험도 땅을 치고 후회했던 기억도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자‘소설’을 짓기 시작했다.

일주일 이상 공을 들인 자소서를 제출하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 제발 붙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도 잠시, 24시간 후에 또 다른 자소서가 마감이다. 


넣은 원서가 모두 떨어진 날

다시 시작하기에 아직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싶지만 당장 취업하지 않으면 한 번 더 졸업을 유예해야 한다는 생각에 잠이 안 온다.

“분명 인사담당자가 내 자소서는 읽어보지도 않았겠지”하며 투덜댔지만 자기위로 일 뿐이다.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은 나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나 이번 원서도 물먹었어. 나 같은 인재를 왜 못 알아보지?”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오히려 큰소리로 괜찮다는 듯이 떠들고 다녔다. 하지만 속은 너무나도 쓰리다. 당장 이번에 취직이 안 되면 다음 기회까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알바를 구해야 하나 고민이다.
취직한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용기를 북돋아 주지만 그의 진심을 곱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난 정말 못난이인가 보다.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면 파이팅을 외치지만 헤어지고 나면 또 다시 깜깜한 현실과 마주한다.

결국은 나 자신과의 싸움만 남는 셈, 도돌이표의 연속이다.


면접 본 날

면접 날 아침, 면접시각보다 세 시간이나 일찍 집을 나섰다. 면접장에 도착하니 어제 저녁 달달 외운 게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당황스러움에 프린트해 온 자기소개를 읽고 또 읽으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면접장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에 보이는 네 명의 면접관들을 보니 갑자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결국 나는 그렇게 열심히 외웠던 자기소개를 대강 얼버무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다행히 면접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다른 회사에서 00씨를 스카웃 해가려고 한다면 이직을 할 생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나는 “아니오!”라고 답했는데 계속해서 집요하게 세 번 이상을 되물었다. 끝까지 동일한 뉘앙스로 일관하기는 했지만 내 손바닥에는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단지 면접이 끝나서가 아니라 잘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다. 서류에 통과한 건 분명 내가 자소서를 열심히 썼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할 수 있다!


정리_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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