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면접 캠프에 다녀오다

얼마 전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00건설사 채용’, ‘00자동차 채용’과 같은 단어들이 올라왔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매일 매일 있는 서류 제출 마감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밤을 지새운다. 열심히 준비했던 사람이 떨어지고, 그냥 한 번 넣어봤던 사람이 붙는 천차만별 취업 이야기. 취업에 법칙이라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시립대신문은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취업을 준비하게 될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취업의 법칙을 찾아봤다. -편집자 주-

 

2013년 9월 6일 금요일 아침. 지난 밤 급히 세탁하고 옷걸이에 걸어둔 와이셔츠를 꺼내들었다. 꽤 말끔해 벌써 직장인이 된 듯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학교에는 버스 두 대가 나란히 서있었다. 면접캠프 참가자 명단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버스에 탔다. 반쯤 찬 버스에는 묘한 긴장감이 흘렀는데 표정들이 사뭇 진지했다.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 우연히 만난 동기와 인사하는 사람, 같이 온 친구와 이야기하며 긴장을 털어내는 사람. 제 각기 기다리는 모습은 달랐지만 모두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목적이란 당연히 취업에 성공하는 것이다.

출발을 기다리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력서는 많이 냈어?”, “요즘 친구들이 제일 후회하는 게 뭔지 알아? 교대 안 간 거야”, “영어 점수보다 면접이 더 중요한 것 같아” 온통 취업과 관련된 이야기다. 어디에 취업할 것인지, 취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취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9월부터 10월까지는 하반기 공개 채용 시즌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기업들의 공개 채용 일정이 몰려 있는 시기인 것이다.


STEP 1 보이는 모습에 신경 써라!

깜빡 잠이 들었다 깨니 어느새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롯데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첫 수업은 4명씩 조를 지어 면접 상황극을 진행했다. 강사의 지시에 따라 4명 중 한 명이 지원자가 되고 나머지는 면접관이 되는 방식이었다. ‘안녕하십니까!’라는 기운 찬 인사부터 면접은 시작된다.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면접관의 시선을 놓치면 안 된다. 항상 입가에 미소를 띠는 것도 중요하다. 억지로 웃는 상을 지을 필요는 없다. 이를 드러내지 않고 입꼬리만 살짝 올리는 것으로 충분하다.

면접관의 질문에는 핵심을 잘 파악해 결론부터 말한 뒤 이유를 설명한다. 면접관이 된 학생들은 잘못된 자세나 태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면접 내내 지원자들을 지적한다. 갑작스러운 상황극에 웃음이 터져 나올 법도 하지만 누구하나 이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진지한 태도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지원자 역할을 하는 학생들은 60여 명이 가득 찬 강의실에서 기죽지 않고 힘찬 목소리로 면접관의 질문에 답한다.

첫 수업이 끝나고 바로 다음 수업으로 넘어갔다. 첫 수업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1분 스피치를 하고 이를 카메라로 녹화해 다시 보는 것이다. 우선 면접관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1분 스피치 내용을 작성한다. 동물이나 캐릭터에 비유해 자신의 특징을 잘 살리거나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을 소개하는 것이 좋다. 작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카메라 앞에서 1분 스피치를 해봤다. 녹화된 화면을 보면서 이 모습이 면접관의 눈에 비칠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한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

1분 스피치 연습이 끝난 뒤 저녁 식사 시간이 됐다. 3명당 하나씩 배정된 방에 짐을 풀고 식당으로 향했다. 같은 방에 배정된 김호연(경영 04) 씨와 함께 했다. CPA 공부를 하다 취업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기업의 재무·회계 직무를 희망한다고 했다. 김호연 씨는 “남들보다 조금 늦게 취업 준비를 시작하게 돼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 실전 면접 캠프 마지막 날 참가 학생들이 모여 사진을 찍었다.
STEP 2 취업 준비, 미리 시작하자!

저녁 식사가 끝나고 모의 인성면접이 시작됐다. 인문·사회 계열 참가자들은 6명이 한 조가 됐다. 모의 인성면접은 실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인사 담당자들이 면접을 진행했다. 우리 조 면접관은 무역 상사에서 온 담당자였다. 3명이 나란히 앉아 면접을 준비하고 있으니 실제 면접을 보는 것처럼 아주 긴장됐다. 옆에 있던 학생도 긴장이 됐던지 “여기 앉으니까 진짜 떨리네요”라며 말을 걸었다. 인성면접은 지원자가 사전에 작성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에 기재된 내용을 질문을 통해 확인하고 지원자를 평가하는 면접이다. 면접관은 원하는 직무, 회사에 자신이 필요한 이유 등의 질문을 했다. 지원자의 답변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추가적인 질문들이 날카롭게 이어졌다.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해보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이 질문을 받은 학생들의 표정에는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첫 모의 면접이 끝난 후 피드백 시간에 면접관은 “(단점을 이야기하라는 질문에)솔직하게 답하는 게 좋다. 다만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곁들이면 더 훌륭한 답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면접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같이 인성면접을 본 황재홍(국제관계 07)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모의 면접이 어땠냐는 질문에 황재홍 씨는 “배운 게 많았다.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내가 무슨 경험을 어떻게 쌓아왔느냐를 말로 잘 풀어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또 그는 “자격증이나 영어 성적 등을 (4학년인)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은 어렵다. 미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숙소에 들어오니 TV에서 '슈퍼스타K'가 방송 중이었다. 심사위원의 한 마디에 합격, 불합격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절실함이 탈락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TV 속 지원자들의 절실함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등을 꼿꼿이 펴고 있느라 허리에 마비가 오고, 긴장하고 떨려도 일부러 미소를 지으려 노력하는 학생들과의 하루는 절실함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느끼게 해줬다.

STEP 3 열정을 가진 자가 성공한다!

아침이 됐다. 식사를 하고 PT면접과 토론면접을 위해 장소를 이동했다. PT면접은 면접관 앞에서 주어진 주제로 발표를 하는 면접이다. 주제에 얼마나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또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하다. 우리 조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화두를 던지고 주제를 도식화 해 설명한 학생이 가장 좋은 평을 받았다. 토론면접은 다국적 기업의 저임금 경영을 주제로 진행됐다. 토론을 주도하고 논리적으로 상대방을 설득한 사람들이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마지막 행사인 수료식을 마치고 버스로 가는 길에 면접 캠프에 참가한 김충세(경영 06)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졸업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중 참여하게 됐다는 김충세 씨는 “실제 인사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많이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 같다”며 “하반기 공채 때는 상반기보다 눈높이를 낮춰 중견기업 위주로 도전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면접 캠프에 참가하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취업에 대한 절실한 마음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의 발걸음이 처음 버스를 향할 때에 비해 더 힘차 보였다.


글·사진_ 문광호 기자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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