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시작하면 꼭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것. 다음이 기대돼 심장을 벌렁벌렁 뛰게 하고 발을 동동 구르게 만드는 이것. 바로 만화다. 한글을 떼기도 전부터 대학생인 지금까지 만화는 우리의 지루할 뻔 했던 시간들을 훌륭하게 채워왔다. 인터넷의 발달로 이제는 굳이 만화책을 빌리지 않아도 클릭 몇 번으로 만화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대학생이라는 신분 덕에 집에서 만화를 보는 우리에 대한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어머니의 따가운 눈총을 피해 밖에서 만화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그 방법, 무려 두 가지나 있다.     -편집자 주-

 

 

한국만화박물관

만화를 즐기는 첫 번째 방법은 한국만화박물관(이하 만화박물관)이다. 박물관이라고 하면 으레 어두컴컴한 전시실에 유물들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만화박물관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버린다. 만화박물관은 흥미로운 콘텐츠와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을 매료시킨다.


한국만화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만화박물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건물과 나란히 서있다. 건물 안에 들어가기 전부터 한국만화를 대표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반긴다. 3층 전시실에는 얼마 전 열린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제인 ‘이야기의 비밀’을 전시하고 있었다. 웹툰작가 시니&혀노부터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이현세 작가까지 총 9명의 만화작가가 자신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설명한다.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과 스케치가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의 비밀 전시 외에도 3층 전시실에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전시가 있다. 바로 ‘한국만화의 역사’ 전시다. 여기서 잠깐 상식!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는 누가 그렸을까? 그 주인공은 근대 만화가 이도영이다. <대한민보>에 실린 그의 <삽화>가 우리나라 만화의 시작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대별로 구분된 만화들을 구경하며 지나다보면 어느새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1970~80년대 당시의 만화방과 만화가게가 실제처럼 복원돼 있기 때문이다. 3층 전시실의 끝자락에는 고우영 기념관이 있다. <십팔사략>, <초한지>, <삼국지> 등의 만화로 유명한 그는 과거에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과 생전의 사진들로 꾸며진 기념관을 찬찬히 둘러 보면 시대와 함께 했던 그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다.

▲ 한국 만화의 모든 것이 있는 한국만화박물관

보는 것은 이제 그만! 만지고 움직이고 직접 그려보자

만화박물관은 시각매체인 만화를 현실로 끌어내 관객이들이 이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층 체험존에 들어서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그려볼 수 있다. 또 <열혈강호> 캐릭터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크로마키 사진관, <공포의 외인구단> 주인공이 돼서 공을 던지는 야구관 등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인근 부일초등학교 독서 동아리에서는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만화박물관을 찾았다. 평소에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는 초등학생 A양은 “계속 와도 질리지 않을 만큼 재밌는 것이 많아요”라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은 김윤선(33)씨 역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만화박물관이라 그런지 분위기도 자유로워 마음에 들어요”라고 말했다.


만화카페

만화를 특별하게 즐기는 두 번째 방법은 만화카페다. 만화카페는 일정 요금을 내면 정해진 시간 동안 만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만화방과 비슷하다. 하지만 기존의 만화방과는 달리 카페의 분위기를 살리는 인테리어가 잘 조성돼 있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찾는다.

▲ 만화카페 ‘코믹스프라임’

우리대학 주변에 만화카페,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다. 후문에서 나와 큰길을 따라 가다보면 만화카페 ‘코믹스프라임’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은 대학생 고객이 40%에 달할 정도로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만화카페다. 푹신한 의자와 깔끔한 인테리어는 오는 이들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여기에 가득 쌓인 만화책과 맛있는 음료까지 있으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순정, 판타지, 무협 등 다양한 장르의 만화책들이 벽마다 가득해서 무엇부터 볼지 손이 떨릴 지경이다.

코믹스프라임을 운영 중인 박종창(46)씨는 “기존의 만화방은 아저씨들도 많고 노숙자도 있는 어두침침한 이미지였다. 최근에는 이런 만화방이 사라지고 깨끗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만화카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라며 “학생들이 공부하다 지칠 때 많이 찾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만화카페 ‘카페데코믹스’ (아래)

고양이가 뛰노는 만화 카페

널찍한 의자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테이블 사이를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만화카페 주인이 있다. 이 독특한 주인은 고양이다. 신촌에 위치한 만화카페 ‘카페데코믹스’에는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카페 이곳저곳을 제 집마냥 뛰어다닌다. 손님들이 오면 무서워하는 기색도 없이 다가와 몸을 기대기도 한다.

이 만화카페는 굳이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발길을 향하게 만들 이유들이 많다. 은은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만드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커플들도 많이 찾는다. 남자친구와 함께 만화카페를 찾은 김상은(21)씨는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자주 찾는다. 일반 카페 같아서 커플끼리 오기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온 임지선(32)씨 역시 “담배냄새가 없어 좋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_ 문광호 기자 rhkdgh910@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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