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사회학과>

 
 
저는 도시사회학과의 장원호 교수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에 온 지 올해로 16년 되었으니 어찌 보면 꽤 오래됐습니다. 마음은 처음 올 때와 똑같이 젊은 오빠인데 학생들은 나이 지긋한 아빠처럼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도시의 강렬한 특징, 도시 씬(scene) 아시아 삼국의 도시 씬을 찾는다

저는 요즘 두 가지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졸업한 시카고 대학의 도시사회학 전통을 이어 도시 문화 및 커뮤니티에 관련된 연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도시 씬’이 도시의 재생과 커뮤니티 발달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연구하는 것입니다. 씬은 굳이 번역하자면 ‘풍광’ 또는 ‘풍경’ 정도가 될 것 같은데, 도시의 특정 지역에서 강렬하게 나타나는 문화적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홍대 앞의 클럽풍경, 가로수 길의 카페풍경, 삼청동의 갤러리 거리, 북촌의 한옥마을, 이촌동 일본풍 거리, 가리봉동의 중국풍 거리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시카고 대학의 Terry Clark 교수가 중심이 돼 아시아, 유럽, 미주 12개국의 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입니다. 국제공동연구의 장점은 우리 사회의 특징을 일반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분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만의 고유한 특징들을 일반적인 시각, 어쩌면 서구적인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우리사회의 이해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중일 삼국에서 발견되는 아시아의 도시 씬 특징들을 찾아내고 이러한 특징들이 서구의 도시 씬과 어떻게 다르고 그 사회적 영향력 또한 어떻게 다른지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아시아 삼국의 도시 씬 비교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만의 고유한 도시 씬과 그 영향력을 찾고 있습니다. 저는 내년 요코하마에서 개최되는 세계 사회학 대회에서 중국, 일본의 학자들과 같이 ‘아시아 도시 씬의 다이내믹’이라는 주제로 세션을 구성하고 공동발표를 할 예정입니다.

▲ 홍대의 도시 씬은 시끌벅적하다.

한류, 경제적 이익이 아닌 문화적 힘에 집중할 때

저의 두 번째 연구 주제는 한류를 비롯한 아시아 팝문화와 관련된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아시아 팝문화의 변동과 확산’이라는 주제의 SSK(Social Science Korea, 한국연구재단에서 사회과학을 위해 지원하는 연구프로젝트) 연구책임자가 되어 3년 전부터 시작한 공동연구입니다. 이 연구를 위해 재작년에는 동북아시아의 4개국을 조사했고 작년에는 동남아시아의 5개국을 조사하였습니다(혹자는 외국에 자주 나가 좋을 것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것도 오래하면 떠돌이 생활입니다). 이 연구에서 제가 찾고자 하는 것은 한류를 비롯한 아시아 팝 문화의 교류가 어떻게 아시아 문화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류는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대중문화입니다. 외국에서 한류를 조사할 때, 동남아시아의 작은 마을에서도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한국 아이돌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람으로서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류에 대한 접근을 보면 걱정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한류를 단지 경제적인 측면으로만 보고 한류를 통해 한국문화산업의 성장과 수출 증대에만 주된 관심이 있는 접근입니다. 주로 정부나 정책학, 경영학 등의 분야의 학자 및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입니다. 이것은 자칫하면 현지 주민들에게 한국이 일본에 이어 제2의 경제적 동물이라는 시각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의 기획사가 동남아시아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때, 현지민들과의 교류는 생각하지 않고 콘서트만 하고 바로 귀국하는 이른바 ‘먹튀’ 콘서트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소위 ‘소프트 파워’ 측면에서 한류를 보는 것입니다. 소프트 파워란 군사력, 경제력으로 강제되는 ‘하드 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한 국가가 가지고 문화적 영향력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한류를 통해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증대되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 관점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지만, 자칫하면 한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제국주의가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한류의 역할이 있습니다. 지난 5월 이스라엘 히브루 대학의 한류에 관한 특별 세미나에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중동 이스라엘에서 한류 관련 세미나를 한다는 것 자체가 한류의 학문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가슴 뿌듯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저는 한 팔레스타인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예루살렘에는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지만 유대인, 팔레스타인 사람 대부분이 그들만의 학교를 다니기 때문에 서로 간의 거의 교류가 없습니다. 이 팔레스타인 여학생도 대학생이 될 때까지 전혀 유대인 친구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학교에 들어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의 아이돌 그룹을 유대인 여학생들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됐고 곧 그들과 친한 친구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여학생의 얘기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류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역할입니다. 한류라는 문화상품을 공유함으로써, 정치, 경제적으로는 할 수 없는 상호이해와 교류가 가능하고 공동체 형성이 가능하게 되는 것 말입니다. 실제로 그 여학생의 이야기는 BBC 인터넷 판에 보도됐습니다. 전 앞으로도 한류를 통해 아시아 및 전 세계가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형성하여 상호이해와 교류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합니다.


‘자유, 평등 그리고 정의’ 학생들과 함께하는 강의

마지막으로 제가 앞으로 강의할 내용을 잠깐 얘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지금 <도시사회학입문>, <도시비교연구>, <도시정치론>을 주로 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교양과목 하나를 개설해볼까 합니다. 지금 안식년을 보내면서 그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과목의 가제는 ‘자유, 평등, 그리고 정의’입니다. 이 과목은 민주주의의 두 가지 중요한 가치인 자유와 평등이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떻게 이해되고 실천돼야 하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전통적 자유주의, 롤스 및 드워킨의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노직의 자유지상주의, 에치오니와 샌델의 공동체주의, 그리고 페팃의 공화주의 등을 다룰 예정입니다.

저는 이 과목을 통해 우리 서울시립대학교 학생들이 사람과 사회의 관계는 무엇이며, 정의로운 사회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만의 고유한 의견을 갖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 과목은 저 혼자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돌아가서 경제학과, 철학과, 국제관계학과 등 다른 과 교수님들과 협력하여 융합 교양 강좌를 개설하고자 합니다. 


글_ 장원호 교수 wjang@uos.ac.kr
사진_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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