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부산대 기숙사에서 잠자던 여학생이 기숙사에 몰래 들어온 외부인에게 성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에는 30대 남성이 고려대, 성균관대 등을 돌며 수차례 학생들의 지갑을 훔쳐 달아나기도 했다. 이와 같이 범죄 위험에 노출된 대학가를 지키기 위해 학생들이 나섰다. 참가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무술 유단자, 외국인 유학생, 관련 전공생들이 학생 순찰대를 조직했다.

▲ 연세대 이글가드가 순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무술 유단자 캠퍼스 방범

이러한 추세 속에서 무술 유단자들이 모여 직접 캠퍼스의 안전을 지키는 경우도 있다. 바로 연세대의 ‘이글가드’가 그 예다. 이글 가드는 학생들이 지원서를 제출하면 면접을 통해 대원을 선발한다. 순찰대의 업무가 위험한 만큼 모집에서 무술 유단자가 우대 받는다.

이글가드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3팀으로 나뉘어 캠퍼스를 순찰한다. 이글 가드는 캠퍼스 순찰뿐 아니라 ‘학생 안심 귀가 서비스’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는 집에 혼자 가기 망설여지는 학생들이 이글가드에 연락을 하면 이글가드가 출동해 학생들을 집에 데려가주는 서비스다. 이글가드는 활동 시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방어구와 형광 조끼 등을 착용하고 경광봉과 호신용 스프레이를 지참한다.

이글가드의 여단장 김유경(연세대 2)씨는 “밤에 순찰을 돌 때 여학생 분들이 멋있다고 말해 줄 때 보람을 느낀다. 이글가드가 활동을 하지 않는 방학 중에 캠퍼스 내 범죄 발생률이 늘어난 것을 보면 이글가드가 있어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며 이글가드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김유경 여단장은 “학교 관계자들이나 학우들도 이글가드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대학이 위치한 신촌이 우범지대인 만큼, 지역 경찰과도 협력해 캠퍼스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유학생의 캠퍼스 방범

외국인 유학생들도 캠퍼스의 안전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배재대의 ‘유니캅스’는 외국인 유학생들로 이뤄진 학생 순찰대로 대원들의 출신지는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모로코, 캄보디아 등으로 다양하다. 유니캅스는 유니버시티 캅스(University Cops)의 줄임말로 올해 초 발족됐다. 유니캅스는 학기 중 비정기적으로 대전 서부경찰서의 경찰들과 함께 저녁 7시부터 교내외를 순찰한다. 이들은 범죄예방을 위한 지침이 담긴 팜플렛을 배부하며 범죄예방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유니캅스의 대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스리랑카 출신 두라니(배재대 4)씨는 “교내의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을 익숙하게 생각하는데 교외로 나가 범죄예방 지침이 담긴 팜플렛을 배부하면 학생들이 피할 때도 있다. 아직 외국인들이 다가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두라니 씨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순찰을 도는 일이 즐겁다. 마지막 학기라 유니캅스 활동을 할 날이 많이 남지는 않았지만, 이제까지 해오던 것처럼 방범지침을 알리고 순찰을 계속해 나가겠다”며 계획을 밝혔다.


경찰행정의 전공 살린 캠퍼스 방범

경찰행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려 캠퍼스를 순찰하기도 한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학생들이 주축이 된 ‘캠퍼스 폴리스’는 동국대 참사람 봉사단이 운영하는 전공연계 봉사활동의 일환이다. 캠퍼스 폴리스는 밤 9시부터 3시간동안 두 조로 나뉘어 캠퍼스를 순찰한다. 한 조는 교내를 순찰하고 다른 조는 상황대기실에서 순찰조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응급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동국대 참사람 봉사단 담당자는 “순찰대원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서 봉사를 한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생들이 귀가하는 길에 순찰대원들을 보면 안심이 된다는 말을 많이 해 준다. 또 교수님들도 늦게까지 연구실에 계시다가 순찰대 대원들이 수고한다며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한다”며 학내 반응을 전했다. 캠퍼스 폴리스로 활동하고 있는 황승태(동국대 2)씨는 “앞으로는 교외의 장충공원이나 학생들이 많이 사는 원룸촌도 순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들이 이와 같은 순찰을 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만큼 지역의 경찰들과 협력해 나가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글 _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사진 _ 연세대 ‘이글가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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