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학당 르포

한국어학당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는 어떤 의미일까. 우리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공부하는 소리를 찾아 한국어학당으로 들어가 봤다.

▲ 중국, 일본 대만, 마카오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어학당 선생님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다.
창공관 4층에 자리 잡은 어학당엔 수업을 기다리는 외국인 학생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먼저 어학당 수업을 받은 지 한 달 남짓 된 외국인들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건넸다. “한국말, 배우는거, 많이, 어려워요?” 이처럼 초급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는 간단한 단어를 사용해 천천히 말해야 한다. 베트남에서 온 여학생이 대답해준다. “다 어려워요. 특히 발음이 어려운 것 같아요. 시...시브일워얼?” 얼마 전에 날짜 이야기 하는 법을 배운 모양이다. ‘11월’ 발음이 어려웠던지 여러 번 반복해서 강조한다. 몽골, 홍콩, 일본,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곳에서 온 학생들은 하나같이 한국어 발음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들에게 혹시 세종대왕을 알고있냐고 물어봤다. 한 학생이 알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옆에 계신 어학당 선생님께서 “세종대왕 모르세요? 만원에 나오는 분이에요”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꺄르르 웃으며 환한 표정을 짓는다.

조금 후에 진행된 중급 수업에 들어갔다. 이 수업은 한국어를 9개월 정도 배운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이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자신의 나라에서의 특별한 날’이다. 칠판에는 ‘­월 ­일이 무슨 날이에요?’ ‘-를 기념하는 날이에요’라는 연습문구가 붙어있다. 이 문장을 연습하기 위해 15명 남짓 되는 학생들이 자기 나라만의 명절이나 독특한 기념일 같이 특별한 날들을 소개했다. 가장 재밌었던 기념일은 대만의 ‘수박 데이’였다.

이 날은 남학생들이 평소 마음에 둔 여학생의 기숙사에 찾아가 수박을 선물하는 날이다. 학생들의 발표수준은 초급 반 수업 때와 전혀 다르다. 중급 반의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들었을 때 의미를 이해하는데 거의 어려움이 없을 정도였다. 수업을 하며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어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한글날의 날짜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물어보자 대부분 ‘한글날’이라고 대답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오래 생활할수록 한국어에 관심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어학당의 교사들은 이렇게 외국인이 한국어를 친근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이제 4년째 외국인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는 전성민 씨는 “자국에서 배우는 것보다 한국 문화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때문에 학습속도가 빠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학당의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친 후 나중에 다시 찾아올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한국어학당이 세워질 때부터 가르쳐온 베테랑 교사인 김은주 씨는 “학생들이 한국어를 점점 배워나갈 때 보람을 느낍니다. 외국인 학생들이 동아리에 참여해 한국인들과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국어 교사인 정소현 씨는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은 한 문장을 말할 때 1분이 걸릴 때도 있어요. 끈기있게 가르치다보면 학생들이 어느새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한국어 학당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취업한 제자도 있는데 굉장히 대견했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한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어 학당은 우리대학의 소중한 기관이다. 한국을 좋아해서 왔다는 그들이 한국어를 더 사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다가가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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