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정기 대의원회가 무산됐다. 전체 학생의 10% 이상이 참석해야 성사되는 학생총회도 아닌 대의원들의 회의가 무산됐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의미로 놀라운 결과다. 대의원회는 학생들에 의해 뽑힌 대의원들이 학내 각 사안에 대해 의결하는 기구다. 학생총회가 실질적으로 개최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교내 최고 권력 기구인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는 것은 단순히 대의원들의 직무 유기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더군다나 이번 대의원회에서는 대의원의장을 총학생회장이 겸하는 내용의 회칙 개정안이 의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번 사태가 놀라운 또 하나의 이유는 정기 대의원회의 무산이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정기 국회의 파행과 그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이다. 기성세대의 악습을 타파하고 문화를 선도해야할 대학생들이 그들의 행태를 꼬집지는 못할망정 답습한다는 점은 놀라움을 넘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적어도 국회의원들에게는 명분이라도 있다. 소모적인 정쟁일 뿐이라도 적어도 변명거리는 된다. 그러나 취재 결과 대의원들의 입에서 나온 불참의 사유는 참으로 가관이다. 귀찮다거나 자신의 일이 바빠 참석하지 못했다는 그들의 변명 아닌 변명은 학생 대표로서 그들의 자질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어쩌면 대의원들만의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아직도 대의원회가 무산된 것을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며 심지어 대의원회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진정한 학생 자치는 관심에서 나온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국회의원들을 욕하는 것처럼 우리도 대의원회에 참석하지 않은 대의원들을 시원하게 욕해보자. 비약일지라도 이것이 바로 학생자치의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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