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워> 참가자들. 전면에 내세워진 여성 참가자들이 늘씬한 여성 진행자와 대비돼 눈에 띈다.
최근 케이블 채널 tvN <화성인 X파일>에 출연했던 20대 여성 A씨가 영양실조로 인해 사망했다. 출연 당시 A씨의 몸무게는 132kg으로 프로그램에서 A씨는 ‘초고도 비만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경찰은 A씨가 무리하게 식도를 줄이는 수술을 한 탓에 종종 음식물이 식도를 정상적으로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잦은 구토로 이어졌고, 구토를 하다 정신을 잃은 A씨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예뻐지기 위해 시작한 무리한 다이어트가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다이어트를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은 <화성인 X파일>뿐만이 아니다. 방송가는 지금 출연자의 외모나 스타일을 바꿔주는 ’메이크오버(Makeover)’에 열광하고 있다. 외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성형과 다이어트로 새로운 삶을 선사한다는 콘셉트의 TV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어떻게 ‘외모’를 다루고 있으며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극명한 Before & After만 부각돼

외모 지상주의 흐름에 따라 TV에서는 메이크오버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프로그램은 케이블 채널 Story On의 <Let 美人>(이하 <렛미인>)이 대표적이다. 인기리에 세 번의 시즌을 마친 이 프로그램은 외모 콤플렉스로 고통 받는 이들을 치유해준다고 표방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렛미인>에서는 ‘주걱턱’ ‘오목가슴’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로 예쁜 얼굴을 ‘선’으로, 못생긴 얼굴을 ‘악’으로 구분 짓는다. 그리고 미용 성형을 통해 나타난 출연자의 극적인 외모 변화를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둔다. 이에 따라 성형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성형수술에 대한 환상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최성아(인천대 2)씨는 “정말 성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 준다는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작은 가슴이나 비만으로 고민하는 여성에게 턱의 위치나 모양을 변형시키는 양악수술을 권하는 것을 보면 황당하다. 마치 성형외과 광고를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B씨는 “출연자들의 예뻐진 모습을 보고 나서 나도 성형 수술을 하면 예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뚱뚱하면 ‘惡’? 다이어트 부추기는 TV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또한 우후죽순 늘어났다. Story On의 <다이어트워>를 비롯해 지상파 방송인 SBS <스타킹>이나 <빅토리> 등에서도 일반인들이 체중을 감량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은 과도한 체중 감량과 몸의 극단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데에 열을 올린다. 케이블 방송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다이어트워>의 참가자들은 탱크탑 의상을 입으며 가슴 아래부터 살을 노출시켰다. 반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늘씬한 미모의 연예인으로, 참가자들과 대비된다. 프로그램에서는 참가자들의 큰 몸을 특징 삼아 참가자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40인치 미스코리아’, ‘0.1톤 엄친딸’ ‘XXXL 거구 간호사’ 등 거침없는 자막들이 참가자들이 등장하는 장면마다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고 나약하다는 편견을 심어주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올해 초 A씨가 출연한 <화성인 X파일>에서는 위 크기를 줄이는 위밴드 수술과 운동 등을 병행하며 A씨가 약 50㎏ 정도를 감량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A씨는 굳은 결심으로 다이어트에 도전했지만 금세 포기한 후, 폭식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A씨는 <화성인 X파일>에 출연할 당시 “정신적 압박에 시달려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자해까지 했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 속에서 A씨는 내성적인 성격에 우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으로 묘사됐고, 그 원인은 비만 때문인 것으로 비쳐졌다.

한국여성민우회 활동가 정슬아 씨는 “성형과 다이어트를 소재로 제작된 프로그램들은 시청자에게 이중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권하면서도 그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 받는 여성을 비난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디어의 이중적 태도는 사회적으로 ‘외모권력’을 재생산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길 뿐 아니라 미에 대한 기준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외모 관련 프로그램들은 미용 산업과 미디어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보여주는 여성들의 모습 뒤에 가려진 더 많은 고통과 위험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_ 김주영 기자 kjoo0e@uos.ac.kr
사진_ Story On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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