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신문
사회발로 쓰는 기사
죽음에게 삶의 길을 묻다
송동한 기자  |  sdh1324@uos.ac.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3.10.1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사람들은 ‘내가 투명인간이라면’,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등의 다양한 상상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가 죽으면’이라는 식의 가정은 자주 하지 않는다. 비영리단체 ‘아름다운 삶’은 이렇게 불편한 상상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죽는다는 상상은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강남구 개포동 구룡산 자락에 위치한 능인선원의 죽음수련장에 도착하자 하지원(50)씨가 자신이 임종체험 강사가 된 사연을 이야기하며 체험이 시작됐다. 체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다양했다. 어릴 적 자살을 시도했었고 돌아가신 분이 꿈에 보이는 등 심란한 일이 있어 참가했다는 아주머니,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데 작품에 등장하는 호스피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 참여했다는 영화감독 등 10여 명의 사람들은 각각의 사연이 있었다. 죽음의 의미, 죽음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 임종체험의 의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가 끝나자 불을 끄고 촛불만을 켜놓은 채 수의를 입고 부고 일지, 유언장, 묘비명 쓰기 체험이 시작됐다. 이를 작성하면서 나의 죽음은 어떨지 그려봤다. 부고 일지에 나의 사망 경위, 내 시신의 처리 방법 등을 써나가자 내 사망소식을 들을 가족들과 친구들의 모습이 차례로 떠올랐다.

   
▲ 임종체험에 참가한 20대 청년이 입관을 기다리고 있다.
서럽게 우는 어머니의 모습, 마른 세수를 하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아버지의 모습, 눈시울이 붉어져 벽에 기대어 고개를 떨구고 있는 형의 모습 등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코끝이 찡해졌다. 주변의 사람들이 신경 쓰여 마음껏 울지 못하다가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는 마음에 울어버렸다. 이어 자신의 가족에게 쓴 마지막 편지를 발표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목소리에 떨림을 감추지 못하며 편지를 읽다가 스스로 감정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이어 입관체험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앞사람과의 간격을 유지한 채 촛불을 들고 저승사자 복장을 한 수련도우미를 따라 관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엄숙한 분위기와 가을바람에 꺼질 것 같은 촛불 때문에 발걸음마저 조심스러웠다. 관 앞에 도착한 체험자들은 아무 말 없이 관 속에 눕는다. 그렇게 어둠 속에 누워 있으면 수련도우미들이 체험자들의 발과 손을 관에 묶고 관 뚜껑을 덮어 그 위에 못질을 했다. 어둠 속에서 혼자가 되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다.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하는 나 등 못난 내 모습을 관 속에 두고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관에서 나와 서로의 체험소감을 나눠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전공이 자신에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임종체험에 왔다는 최원석(24)씨는 “특별한 깨달음을 얻어간다기보다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앞으로 가족에게 잘 할 계획이에요”라며 소감을 밝혔다. 연인과 함께 임종체험을 찾은 신영은(22)씨는 “아직 나이가 어려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체험이 끝나자 체험자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그들이 삶에서 길을 잃을 때 죽음이라는 스승이 그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지 않을까.


글_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사진_ 아름다운 삶 제공

 

<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송동한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인기기사 
1
점점 희미해지는 ‘청량리 588’의 불빛
2
아청법, 다운로드만 받아도 처벌?
3
“서울시립대에 꼭 가고 싶어요”
4
인물동정
5
우리들이 만드는 대학축제 N.U.D.E(New? Um~ Different Exit!)페스티벌
사진기사 
서울로7017의 낮과 밤

서울로7017의 낮과 밤

지난 5월 20일, 서울역 고가도로가 ‘사람길’로 탈바꿈하며 시민들에게 ...
신문사소개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30-743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서울시립대로 163 미디어관 3층 대학신문사  |  전화 : 02-6490-2494  |  FAX : 02-6490-2492
발행인 : 원윤희  |  편집인 겸 주간 : 이주경  |  편집국장 : 김태현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대환
Copyright © 2013 서울시립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