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지방 출신 학생들을 위한 대학생 기숙시설에 집회·시위에 대한 징계조항이 존재하고 있다. 제주도 출신 학생을 수용하는 ‘탐라영재관’에서는 상벌 조항을 통해 집회나 시위를 원칙적으로 막고 있다. 탐라영재관 관생수칙에 따르면 관내에서 학업과 관련이 없는 단체를 조직할 시 퇴사 조치된다. 탐라영재관 내에서 퇴사는 가장 강한 수준의 징계다.

충청북도 출신 대학생을 위한 기숙시설인 ‘충북학사’에도 이와 비슷한 조항이 있다. 충북학사 명예규칙 3장 제7조 3항에 따르면 ‘불온한 사상의 선전유포를 목적으로 집회·토론·연설 등을 하는 자’들은 퇴사 조치된다. “사내생활 또는 학사운영에 관한 부당한 요구사항 등을 동료사생에게 토로함으로써 학사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자” 또한 퇴사시킴으로써 사실상의 모든 ‘집회’를 금하고 있다. 이외에 ‘전라북도 서울장학숙’과 ‘강원학사’ 역시 불온사상의 선전을 목표로 하는 집회·시위 등을 열었을 경우 퇴사 조치를 취하는 등 집회에 대해 규제를 하는 조항이 있다. 불온사상이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명시해놓지 않아 집회를 열고자 하는 사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기숙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의 생각은 다양했다. 전라북도 서울장학숙에 거주하는 A씨는 “일정부분 희생이 있더라도 위와 같은 조항이 없다면 불온한 목적의 집회를 막을 수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집회를 금지하는 조항은 필요하다”며 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충북학사에 살고 있는 B( 서강대 2)씨는 “웬만한 요구사항은 학사 측에 직접 말하면 다 들어주기 때문에 굳이 집회를 열 필요를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집회 자체를 막아놓는 것은 다시금 고려를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원학사 재사생인 C씨는 “불온한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정이 안 돼 있다면 이것을 가지고 징계를 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조항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국제관계학과 이병하 교수는 이러한 조항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병하 교수는 “집회·시위는 정치참여의 한 형태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보장되어야 할 권리다. 제도적 장치를 통해 목소리를 표출할 수 없을 때 시위가 발생한다”며 시위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관해 말했다. 또 “우리나라 독재정권 치하에서의 시위 참여는 한 집안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었다. 때문에 시위·집회라는 개념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게 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경직된 사고를 하게 됐다”라며 집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병하 교수는 “시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사회적 연대의식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시위를 비판하고 억압하는 자들도 언젠가 시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집회·시위에 관한 의식의 제고를 촉구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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