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흔히 독립출판을 상업출판물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많은 독립출판 관계자들은 독립출판을 쉽게 정의내리지 못한다. 독립출판의 형태는 정말 다양해서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려고 하면 할수록 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에서 한 소님이 서적을 살펴보고 있다.
독립출판서점 ‘유어마인드’ 이로 대표는 “독립출판을 굳이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소수의 인원이 소수의 자본으로 소량의 인쇄물을 찍어내는 출판 방식이 곧 독립출판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독립출판이 이 정의에 들어맞지만 그렇다고 또 이 틀에 맞춰 ‘독립출판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기는 꺼려진다”고 말했다.

다양성, 독립출판의 가장 큰 강점

독립출판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소재의 다양성’이다. 패션, 예술, 문학에 대한 소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환경, 퀴어, 에로 등 다양한 소재를 대상으로 한 책들도 접할 수 있다. 특정 지역 및 장소를 주요 소재로 담은 책들도 있다. 잡지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이인규 편집장은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는 조만간 재건축으로 사라지게 될 둔촌주공아파트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 위한 작업이다”라고 말했다. 또 홍대 주변의 문화를 소개하는 잡지, 버스를 타며 펼쳐지는 건축 및 풍경을 담은 잡지 등 다양한 소재를 책으로 접할 수 있다.

 ‘편집’ 역시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다. 내적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 잡지 <냄비받침>의 이정화 편집장은 “기존 매체들 같은 경우는 항상 가지고 있는 편집 형식이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에 의해서 원고가 조율된다. 하지만 독립출판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할 수 있고 다양한 형태의 편집 실험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독립출판이 갖는 또 다른 이점은 ‘자신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독립출판 관계자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나 하고 싶은데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독립출판에 담는다. 홍대 이리카페를 근거지로 발행되는 인디 잡지 <월간 이리>의 이훈보 발행인은 “기성 출판계에 대한 부족함을 보완하는 방법이 잡지 <월간 이리>를 출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행 잡지 <DamDam Project>의 오상윤 씨 역시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다 보니 독립출판물 시장에 들어와 있게 됐다. 앞으로 독립출판을 통해 해보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자본을 마련하기 위한 독립 출판의 노력과 딜레마

독립출판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유지 및 존속’에 대한 문제다. 다음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본이 쉽게 구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 대표는 “정말 소수의 독립출판만이 책 한권의 판매만으로 다음 책을 만들 수 있는 수익이 나온다”며 독립출판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이정화 편집장은 “‘인디적’이라는 것은 자본을 통해서 순환할 수 있는 구조를 벗어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힘든 것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많은 독립출판 관계자들이 아트마켓(공연, 예술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에 나가 직접 잡지를 판매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다음 호를 내기 위한 자본을 마련한다.

크라우드 펀딩(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인 ‘텀블벅’ 등의 사이트를 통해 자본을 모으는 경우도 있다. 텀블벅은 자기가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그 내용과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금액을 후원해주는 시스템이다. 이인규 편집장은 “창간호는 개인의 사비를 털어서 책을 출판했다. 하지만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의 금액이 필요했다”며 “다음 호는 텀블벅을 통해 2백만원을 모아 현재 출판 직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화 편집장은 크라우드 펀딩에 대해 “텀블벅의 경우 일회적인 측면이 강하다. 공감대 형성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일부는 대형 서점에 입고해 판매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이 역시 그들에게 많은 딜레마를 안겨준다. 대형 서점에 입고했을 때는 상업출판과의 차이점이 사라지고, 독립매체로서의 정체성이 옅어지기 때문이다. 키치문화를 위한 잡지 <노네임>의 김예림 편집장은 “잡지를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 나야만 하는 수익과 또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뒤섞여 절충점을 찾는 시기에 놓여있다. ‘수익을 위한 잡지’가 아니라 ‘잡지를 위한 수익’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로 대표는 “오히려 독립출판의 대형 서점 진출은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대형 서점의 독자들에게 독립출판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질 낮고 실험적이지 못한 출판에 대한 우려

독립출판 편집장들은 독립출판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해외 작가들의 작업을 싣는 잡지 <Blink>의 김아람 편집장은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것이 마땅한 세상이 돼야 하는데 독립출판이 이에 한 몫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라고 말했다. 이로 대표는 “2013년 이후의 독립 출판의 전망을 봤을 때 한번 더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 역시 존재한다. 이정화 편집장은 “기본이 안 된 출판물이 종종 나오기도 한다. 독립출판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독립서적이 참 참신하고 실험적이라던데 한 번 볼까?’ 했는데 질이 낮은 출판물들을 보고 실험적인 게 아니라 수준이 낮은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독립출판의 특성인 다양성과 실험적인 양식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로 대표는 “내가 실험을 하면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어느 정도로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가기 위해 독자를 확보하고 판매가 될 만한 콘텐츠와 디자인들만 시도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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