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동행취재]외로움을 감추고 힘차게 사는 그들, 새터민

 
왜소한 체구 속에 강인함을 갖고 있는 남자, 강민(27)씨를 만났다. 그는 20살에 탈북을 해 남한에 정착한 새터민이다. 그를 만난 곳은 강남 시내였다. 그는 “친구들을 만나러 왔어요.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친구들이라서 어색하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돼요”라며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는 현재 한 장학재단에서 지원금을 받고 있는데 그곳에 소속된 다른 장학생 친구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총 일곱 명이 모였는데 강민 씨를 제외하고는 모두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었다.

“형, 오랜만이에요. 뭐하고 지내세요?” 한 남학생이 강민 씨를 반갑게 맞이했다. 강민 씨는 새터민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다니다가 작년에 졸업을 하고 입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올해 여름까지만 해도 수능 공부를 했어요. 근데 수능은 저에게 너무 어렵더라고요. 북한에서 초등학교도 못나온 제가 서울에 와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당연히 공부였어요. 검정고시로 학력은 채웠지만 아무래도 차근차근 쌓아온 공부가 아니어서인지 한계가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경영학과를 가고 싶어 하던 그는 대학에서 이론으로 배우는 것도 좋지만 실제로 사업을 하면 실제적인 공부도 되고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에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북한에 있을 때 저는 중국산 물건을 팔며 돈을 벌었어요. 그때부터 상업 쪽에 눈을 뜬거죠”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곧 군대를 간다는 한 남학생 때문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군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그 남학생이 “형은 군대 갔다 왔어요?”라고 묻자 강민 씨는 “북한에서는 보통 17살이 넘으면 군대에 가는데 나는 군대 안 갔다 왔어. 남한에 왔더니 새터민들은 군대가 면제이더라고. 근데 나는 군대 가는 게 좋은 것 같아. 북한에서는 군대에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고 하거든”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남한에서도 똑같아요!”라며 모두가 크게 웃었다.

모임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갈수록 강민 씨는 왠지 말수가 적어졌다. 모두가 온라인 게임 이야기를 하며 웃음꽃이 필 때 그는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LOL’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모른다며 머쓱해했다. 그가 남한에 살며 가장 힘든 것은 다름 아닌 소통이다. “남과 북의 생활 수준 차이만큼이나 사고의 차이도 정말 커요. 처음 남한에 왔을 때 저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온 것 같았어요. 반대로 남한사람들이 보기에는 제가 70년대 사람 같았겠죠. 특히 남한사람들은 영어 단어들을 많이 쓰는데 처음엔 그런 것들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서 고생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배우려고 노력을 해요.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문화 속에 녹아들지만 저는 배워야 간신히 적응할 수 있거든요”라고 그는 말했다.

강민 씨를 처음 만났을 때 어땠냐는 질문에 한 학생이 솔직한 답변을 해줬다. 김정용(21)씨는 “사실 새터민들에게 연민이나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데 저도 모르게 벽이 생겼던 건 사실이에요”라고 말했다. 강민 씨는 실제로 자신이 새터민이라는 것을 밝힌 뒤에 어색해진 경우가 꽤 있다고 한다. “너무나 즐겁게 대화를 잘 하고 있었는데 제가 북한에서 왔다는 말을 한 순간 갑자기 대화가 끊겨버렸어요. 제가 새터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과는 대화가 북한과 탈북에 관련된 주제로 한정되는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연고도 없는 남한에 홀로 와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남한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친구들과의 만남이 끝나고 자신의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의 뒷모습에서 다시 한 번 그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다.

글_ 장누리 기자 hellonoory@uos.ac.kr
그림_ 박승아 nulza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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