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사옥을 가다

 

팬 문화에 관한 취재를 위해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사옥(이하 SM)을 찾았지만 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SM 주변에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몰려 온 팬들로 낮이건 밤이건 조용할 날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온 터라 당황스러웠다. 주변에는 나와 같이 길을 헤매는 일본인 관광객들도 보였다.

건물 경비실로 가서 왜 이렇게 주변이 한산한 지를 물으니 경비원은 “이곳은 SM의 본관인데 수리중이고 신관이 따로 있다”며 신관의 위치를 알려줬다. 나는 길을 헤매던 일본인 관광객 나유(26)씨와 유미코(24)씨와 함께 신관을 찾아 나섰다. 유미코 씨는 “동방신기를 보기 위해 요코하마에서 왔어요. 헤매고 있었는데 마침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라며 밝게 웃었다.

15분 정도 걸어가자 저 멀리서 사람들이 신관으로 보이는 한 건물 앞에 모여 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많은 사람들이 추위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대체로 조용했고 간혹 중국어와 일본어가 들려왔다. 신관에서 직원이 나와 “나와! 넘어가! 넘어가!”라며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을 도로 저편으로 내쫓았다. 그러다가도 신관 쪽으로 차량이 들어오거나 혹은 신관 쪽에서 차량이 나가면 사람들은 “설마 죽이겠어”라며 다시 신관쪽으로 길을 건너가 사진기를 들고 아이돌을 렌즈에 담을 준비를 했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붙여보았다. 사람들은 “어디 방송국 아니죠? 촬영하는거 아니죠?”라며 촬영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했다. 예비 대학생이라는 A씨는 “이 주변에 아이돌 그룹 EXO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접하고 다섯 시쯤 도착해 세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EXO는 외모는 기본이고 12명이 각각의 매력을 가진 것 같아요. 지난 8월 18일 SBS <인기가요>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EXO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그 프로그램의 카메라 감독님이 EXO 멤버들의 허리 움직임을 확대해서 자세히 촬영해 줬던 게 특히 좋았어요”라며 민망한지 웃음을 터뜨렸다.

요즘도 팬픽을 읽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씨와 함께 온 동방신기의 팬 B씨는 “요즘은 잘 읽지 않지만 예전엔 재미있게 읽었죠. <21세기 인어공주>, <해피투게더>, <마왕> 등 동방신기 팬픽이 기억에 남네요”라고 말했다. 어떤 심리에서 팬픽을 읽는 것 같냐는 기자의 질문에 B씨는 “별 다른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재미죠”라며 팬픽을 읽는 이유를 설명했다. B씨가 더 말하려하자 A씨는 “거기까지. 그 외의 팬픽은 너무 야해”라며 B씨를 만류했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가 A씨와 B씨는 “이제 그만 물어보세요”라며 고개를 돌렸다.

현장에서 만난 SM 관계자는 “SM을 찾아오는 사람들은 80%가 외국인인데 일본인이 주류고 가끔 중국인도 보여요. 특히 자주 찾아오는 사람들은 외국인 유학생이나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외국인들이에요. 건물 앞에서 일주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이 떠날 때가 없어요. 특히 방학 시즌에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이 일대가 붐벼요. 팬들이 기다리다가 답답한 마음에 저에게 아이돌의 일정을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아는 선에서 웬만하면 말해주는 편이에요. 팬들이 차를 둘러싸거나 도로를 수시로 건너기 때문에 안전문제가 특히 걱정 돼요”라고 말했다.
팬들은 화장실에 가고 싶은 것도 참고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밤이 깊어지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팬들은 우산을 준비하고 밤에 먹을 간식도 챙겼다. 이들의 기다림은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다.


글_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사진_ STUDIO MAKER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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