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발표된 올해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우리대학은 종합순위 공동 19위를 기록했다. 연구실적과 교육여건, 국제화수준 등 평가항목 다수가 우리대학과 같은 중소 규모 대학에 불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의외의 결과로 비쳤다.

우리나라 언론기관들의 대학평가가 실제 대학의 저력과 무관한 몇몇 변수로 대학들을 ‘줄세우기’한다는 지적은 그간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있어 왔다. 그들의 대학평가가 대학의 내실있는 발전을 추동하기보다 상업적 목적이 우선이라는 것 또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럼에도 순위가 올라가면 기분이 우쭐해지고 그 반대면 우울해지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다. 추측컨대 ‘강등’으로부터 오는 불쾌감의 직접적 원인은 아마 내가 속한 대학의 추락이 곧 나의 추락이라는 일차원적 등식이 우리 의식 속에 감추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시 우리대학 구성원들 중 이번 중앙일보 대학평가 결과에 아직도 비분강개하는 자들이 있다면 ‘소리 없이 움직이는’ 대학의 저력이 무엇인지 이젠 한번쯤 성찰해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고려대 강연에서 나온 아주 ‘고리타분한’ 경구 한 마디가 우리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대학은......무언가 큰 일을 해야 합니다. 시대와 역사,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을 해야 합니다.” 박 시장이 강조한 대학의 책무는 분명 교수들이 논문을 양산하고 학생들이 월급 많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지금 당장, 관료적 국가기구와 상업적 언론기관의 평가지표로는 결코 나타날 수 없는, 하지만 민족과 국가, 사회와 역사의 진보에 없어서는 안 될 우리대학의 ‘포텐셜 에너지’가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자. 그런 저력을 발굴하고 발휘한다면 지금처럼 억지 수단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평가 결과는 자연히 좋아질 것이다. 우리대학의 기치인 “사람을 세우는 대학, 세상을 밝히는 대학”은 외부기관의 평가가 아니라 우리대학 자체의 저력에서 세워진다는 점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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