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즐비한 종로 한복판에서 저 멀리 누군가가 페달을 밟으며 달려온다. 이 광경을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기해하고 얼떨떨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인력거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통 인력거라고 하면 한 사람 또는 두 사람을 태우고 사람이 끌던 수레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인력거를 말한다. 종로 한복판을 휘젓고 다니는 인력거의 정체는 세발자전거다. 라이더가 바퀴를 구르며 승객을 끌고 다니는 독특한 형태의 세발자전거는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라이더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 “재밌겠죠? 한 번 타보세요”, “오늘 날씨 정말 좋죠?” 등의 말을 익살스럽게 건넨다. 라이더 김형준 씨는 “여러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인력거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가끔씩 손님들이 건네는 ‘화이팅!’, ‘힘내세요’ 등의 말을 들으면 정말로 힘이 나요”라며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인력거는 로맨스 코스, 역사 코스, 프리 코스 등 세 가지 코스를 달린다. 인력거가 달리는 종로와 북촌은 과거의 향수가 진하게 묻어있는 곳이다. 달리는 중간 중간 라이더가 승객에게 말을 건넨다. 역사적 공간에 대한 설명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를 소개하기도 하는 등 라이더는 승객과 소통하며 최대한 친해지려 노력한다.

▲ 인력거 라이더가 손님을 태우고 있다.
기자는 직접 인력거를 체험해보기로 했다. 취재와 관광을 함께 하느라 경직돼있던 기자에게 김형준 씨는 “몸과 마음을 열고 모든 것을 인력거에 맡기세요.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여유롭게 느껴보세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따라 잠시 취재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으니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백 년 전통 호두과자 집에서 줄을 서 있는 사람들, 모자를 파는 상인 등 평소에 땅만 보고 걷느라 혹은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느라 보지 못했던 인사동 쌈지길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또한 ‘길’을 느낄 수 있었다. 움푹 페인 선과 틈을 바퀴가 지나갔고, 기자 역시 선과 틈을 느끼며 인력거에 몸을 맡겼다. 잠시 동안이나마 여유와 함께 해방감을 느꼈다.

친구와 함께 거리를 걷다 인력거를 타게 됐다는 이지현 씨는 “자동차를 탔을 때는 자동차의 속도 때문에 창 밖 풍경을 여유롭게 볼 수 없잖아요. 하지만 인력거는 빠르게 지나갔던 주변 풍경들을 눈으로 하나하나 담을 수 있어서 좋고, 마음까지 여유롭게 해주는 것 같아요”라며 “인력거는 땀을 흘리며 순수한 ‘노동’을 추구한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머리 쓰는 일, 계산하는 일, 문서화된 현대의 ‘일’과 달리 인력거에서는 일, 노동 그 자체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인력거를 찾은 이영미 씨는 “인력거는 구세대와 현재를 살고 있는 신세대를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해줘요”라며 인력거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김형준 씨는 “많은 사람들이 인력거를 찾는 이유는 자기 생활 패턴에서 느림을 찾고자 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현대 사회는 빠름을 추구한다. 모든 방면에서 빠름을 추구하고 인간관계 역시 빠르게 식어간다. 심지어 광고에서 조차 ‘빠름빠름빠름’을 외치고 있다. 그야말로 ‘빠름만능주의’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그 빠름 속에서 얻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맑게 갠 하늘, 사람과 나눌 수 있는 깊은 정, 그리고 따뜻한 소통까지. 어쩌면 인력거의 부활은 인생을 빠르게만 살려고 하는 우리에게 조금은 여유롭게 살라는 충고를 던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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