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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에게 헌정하다
정수환 기자  |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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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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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서양 우화 중에 <떡갈나무와 갈대>라는 우화가 있다. 크고 우뚝 솟은 떡갈나무가 다른 나무들을 무시하다가 어느 날 태풍을 만났다. 태풍은 모든 것들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떡갈나무는 ‘어디 해볼 테면 해봐’라는 마인드로 계속해서 버텼으나 결국 부러지고 말았다. 떡갈나무가 주변을 살펴보니 갈대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떡갈나무가 어떻게 견뎌냈는지 물어보자 갈대는 “아무리 당신이 강해도 태풍과 맞서지는 못해요. 나는 언제나 맞서지 않고 고개를 숙이기만 하니까 아무리 거센 태풍에도 뿌리 뽑히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겸손하게 살자는 것일 수도 있고, 융통성 있게 살자는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이야기에서 악인은 떡갈나무, 선인은 갈대로 비춰진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야기가 주는 교훈대로 ‘갈대 같은 삶을 살아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성인이 된 뒤 다시 접했을 때, 나는 과연 갈대처럼 사는 것이 진정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갈대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 그리고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갈대처럼 살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면 불어오는 방향으로 흔들리기만 할 뿐이다. 처음 가졌던 순수한 꿈을 여태까지 지키고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렸을 때는 과학자, 피아니스트, 화가 등 다양한 꿈을 가지고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매서운 바람에 흔들려 그 꿈을 포기하고 안정적으로 살기 위해 취직, 공무원 등으로 꿈을 현실적으로 재정비한다.

또한 현대인들은 갈대처럼 뿌리 채 뽑히지는 않지만 매서운 바람에 여기저기 치여 곪고 있다. 현실적으로 꿈을 재정비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가 않다. 취직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낙방하고, 비교당하며 많은 상처를 받아 너덜너덜해진다. 현대인들은 갈대처럼 강자에게 굴복하고, 또 갈대처럼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흔들리며 자신의 이익이 되는 곳을 향한다. 나는 마치 거울을 본 것처럼 나의 모습에서 갈대를 봤다.

요즘 같은 사회에서 떡갈나무 같은 사람은 찾기 어렵다. 자기가 뿌리 채 뽑힐지언정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절대 굽히려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물론 삶 전체를 이렇게 산다면 조금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뭔가 목표를 세웠다면,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것이 필요하다.

점점 세상이 살기 어려워지는 것도 있지만 사람들 역시 점차 나약해지는 것 같다. 힐링 열풍이 부는 것도, 자기계발서가 흥행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삶에 자신은 없고, 위로는 받고 싶은 마음에 기인한 것 같다. 이 글을 빌어 굳은 의지를 가진 떡갈나무를 기리고, 나 역시 여태까지 갈대처럼 살아왔던 삶을 버리고 떡갈나무처럼 삶을 살아가보겠다고 다짐해본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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