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빌려주고 필요한 것을 대여하는 ‘공유’ 개념이 주목받게되면서 이를 활용한 사업 단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단체들의 활동 영역은 차량, 주거 공간 등의 물질적인 영역은 물론 경험이나 지식까지 포함한다. 지난해 서울시는 ‘공유도시 서울’이라는 표제를 내걸고 공유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단체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한 ‘공유허브’라는 웹 페이지를 제작해 더 많은 사람이 공유문화를 접하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에서 공유단체로 지정한 ‘열린옷장’과 ‘레디앤스타트’를 통해 공유 사업에 대해 알아보자.

▲ 열린옷장은 다양한 종류의 정장을 구비해 상황에 맞게 코디를 해주는 일도 한다. 이용자의 만족스러운 표정은 이런 세심한 서비스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구직자를 위해 정장을 대여합니다

열린옷장은 면접을 앞두고 급하게 정장이 필요한 청년을 주 고객층으로 삼아 정장을 대여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반적인 정장 대여업체와 달리 열린옷장은 기증을 통해 운영된다. 주로 입지 않는 정장을 기증받아 운영하는 방식이다. 열린옷장의 서동건 의류관리팀장은 “입지 않는 옷은 장롱 속에서 공간만 차지하는 짐으로 볼 수 있다. 이 옷들을 전해 받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옷의 가치가 재창조 된다”라고 말했다.

목표 고객층은 면접을 앞둔 청년들이지만 이용 고객층은 다양하다. 서동건씨는 “어르신들이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을 앞두고 정장을 빌리시는 경우도 있다. 중학생들이 학예회 등의 이유로 이곳에 찾아온 경우도 있었다”며 열린옷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연령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또 “졸업작품 발표, 동아리 공연 등을 이유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동아리 공연 때문에 정장을 대여한 김준규(23)씨는 “상황에 따라 필요한 정장들이 다르지만 모두 구입하기는 벅차다. 열린옷장을 통해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정장을 빌려 입을 수 있어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열린옷장의 정장들은 일반적인 정장 대여업체들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공유를 통해 청년에 희망을

레디앤스타트는 목표와 열정을 가진 청년들에게 ‘멘토’들을 연결하여 이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경험한 선배들이 멘토가 되어 직업과 관련한 상담을 해주는 ‘소셜멘토링 잇다’가 그 중 하나다. 이 사업은 ‘누구나, 언제나,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는 멘토링을 추구한다. 상담은 온라인상에서 이메일을 통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소셜멘토링 잇다에 등록된 멘토는 124명이며 멘토들의 직업은 경찰 수사관이나 각종 기업의 대표들부터 동화작가, 스타일코치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조윤진 레디앤스타트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멘토들을 섭외했다. 지인을 통하거나 직접 연락을 드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시기도 했다”며 다양한 멘토들을 섭외한 과정을 설명했다.

멘토링은 오프라인에서도 진행된다. 레디앤스타트는 오프라인 프로그램인 ‘멘토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자신이 원하는 직업에 알맞은 멘토를 직접 만나는 방식이다. 뿐만 아니라 멘토·멘티 간의 직접적인 만남의 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멘토와 함께하는 벽화 그리기’라는 봉사활동 프로그램 또한 진행하고 있다.


공유는 교류를 통해 지속된다

열린옷장과 레디앤스타트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교류를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열린옷장 오프라인 매장의 한 구석에는 정장을 기증해준 사람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파일이 꽂혀있다. 그곳에는 옷을 기증하게 된 계기뿐만 아니라 정장을 대여할 사람들에게 전하는 격려의 메시지도 있다. 한 기증자는 “한 벌의 정장으로 여러 군데 면접을 보러 다닌 슬픈 기억이 있다. 지금은 무사히 취업을 해서 사회생활을 잘 하고 있으니 좋은 기운이 대여자분들께도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기증자에게 감사를 표하는 대여자들의 메시지도 있었다. 어떤 대여자는 “서류 합격 후 정장이 없어 난감했는데 열린옷장을 알게 돼 다행이다. 타 대여점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정장을 빌린 것은 기증자분들 덕이다”라며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열린옷장에서는 소식지인 ‘옐로우레터’를 발간해 기증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레디앤스타트의 프로그램들은 기증자와 수혜자를 직접적으로 연결한다. 소셜멘토링 잇다를 비롯해 레디앤스타트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멘토와 멘티의 교류를 전제로 한다. 소셜멘토링 잇다의 멘티들은 이메일을 통해 멘토링을 받은 후 멘토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또한 멘토와 함께하는 벽화그리기의 목적은 지속적인 멘토링을 유도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멘토·멘티 간의 모임이 관리된다.

이러한 기증자와 수혜자 간의 교류는 수혜자가 기증자가 되는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서동건 팀장은 “열린옷장에서 옷을 대여했던 분이 입지 않는 옷을 기증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조윤진 대표도 “멘토링을 받던 분이 대형 IT업체에 입사한 후 멘토를 지원해 온 적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공유 활동은 단순히 기부와 이용으로만 끝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서로 간의 교류를 통해 이용자들이 다시 기증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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