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립대신문사 회의실에 4명의 학생이 모였다. ‘술’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대학생 음주 실태에 대해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술을 없앤다면 대학생활의 추억이 사라질 것이라며 걱정했다. 대학생에게 있어서 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일까? 찬성 측 토론자 윤희(자유전공 13), 박소연(자유전공 13)씨, 반대 측 토론자 계지만(경영 09), 박진용(경영 10)씨와 함께 ‘대학생에게 술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다.

 
 
사회자 : 대학생에게 술이 필요한가요?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20세 이상의 성인에게 술을 팔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성인인 대학생이 술을 마시는 것은 그들의 자유인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자유에는 책임 또한 따르잖아요.
윤희(이하 윤) :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술을 서로 권하며 풍류를 즐겼고 술은 희로애락과 함께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술은 결코 끊거나 막을 수 없는 기호식품입니다. 술을 마시는 주체가 대학생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대학생은 성인이므로 술을 마시는 것도 그들의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박진용(이하 박진) : 저는 술이 대학생에게 꼭 필요한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올해 초, 우리학교에서는 새터에 간 한 학우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습니다. 이는 술을 마시고나서는 절제력, 자기 관리 능력을 상실하게 되고 목숨을 앗아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윤 : 저도 새터 사고가 일어났던 것처럼 극단적인 상황에 이를 때까지 마시는 것에는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사고를 불러일으킬 정도가 아닌 스트레스 해소의 정도로 적당히 마시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풍선효과는 잠깐씩 일탈을 하면 큰 범죄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데요. 술은 이렇게 짧은 일탈을 도와주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계지만(이하 계) : 그 적당함이라는 것이 굉장히 모호합니다. 개인차가 있지만 술을 마시면 중독성이 생겨 스스로 주량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죠. 술을 정도껏 마시면 된다는 주장이 무의미한 게, 술은 자기관리능력을 파괴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술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은 대학생에게 쉽지 않은 일이에요. 왜 굳이 위험성을 내포한 술이라는 것을 통해 일탈을 하려 하는지요.
윤 : 물론 알코올 중독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것은 위험합니다. 하지만 중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술을 못 마시게 하는 것은 성인인 대학생을 믿지 못하고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가 아닐까요? 교통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서 차 운행을 아예 금지하는 것이 옳지 못하듯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술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박진 : 운전은 어느 정도 실력에 미치지 못하면 자격증을 발급 받지 못하죠. 그런데 주도 교육에는 규정이란 것이 없습니다. 주도 교육을 하는 주체가 누구인가요?
윤 : 대학생 정도의 나이면 술의 악영향을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음주 캠페인과 같이 사회 속에서도 쉽게 주도교육을 접할 수 있고요.
박진 : 그런데 술이 미치는 영향을 아는 사람들이 술을 강권하고 있잖아요. 이는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할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 무알콜 축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학교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학기 무알콜 대동제를 시행하려다 무산됐죠. 그 당시 저희 신문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무알콜 대동제를 반대하는 학생은 약 70%였습니다.
박진 : 무알콜 대동제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에서 의의를 찾을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총학생회는 알코올이 없어도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죠. 그런데 학생들은 단순히 ‘술이 없으면 무슨 축제야’라는 생각으로 반대한 것 같아요.
박소연(이하 박소) : 술을 안 마시더라도 단결력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은데 솔직히 술이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에요. 또,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 분위기도 돋울 수 있고요. 이렇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술을 굳이 없앨 필요가 있나요? 긍정적인 수단으로써 사용하면 좋은 거죠.
박진 : 축제가 재밌는지 없는지는 술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일반축제는 볼거리가 풍성하고 콘텐츠가 다양한데 대학축제는 술이라는 것에 사로잡혀서 다른 것이 안 나오는 것 아닐까요? 또, 여태까지 술이 있었다는 이유로 술을 없애는 것에 과민 반응하는데 이러한 인식을 개선하면 충분히 무알콜 축제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윤 : 그렇지만 이번에도 무알콜 대동제는 무산이 됐죠. 지난 학생총회 때 무알콜 대동제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원하는데……. 최대 다수의 만족을 위해서라도 축제에 술은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자 : 술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찬성, 반대를 떠나서 한번 자유롭게 이야기해 보는 것 괜찮나요?
윤 : 중·고등학교 때 음악 잘하는 거 누가 알아주나요? 경영, 경제관련 대학에 진학해야 인정 받는 게 현실이에요. 그런데 외국은 그렇지 않잖아요. 취미를 좀 길러줘야 했는데 너무 교과서 중심으로만 교육하는 게 아닐까요? 10대에 그러한 스트레스가 쌓여 대학에 와서 분출하려는데 그 방법이 술인 경우가 많죠.
박진 : 윤희 씨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청소년을 억압하는 교육제도를 개선해야 대학생의 이러한 일탈 문화도 바뀔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언제까지 나쁜 것이 계속 될 수는 없잖아요. 이를 바꿀 세대가 우리라고 생각해요. 술을 10대 때 받은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생각하기보다는 바람직한 술 문화를 위해서 긍정적인 역할만 할 수 있도록 바꿔나가야죠.

▲ 지난 8일 밤 학과 행사를 맞은 학생들이 술집에 모여 잔을 부딪치고 있다.

사회자 : 대학생이 술을 마구잡이로 마셔대는 원인에는 교육제도의 문제도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거죠? 하지만 그걸 바꿀 수 있는 게 우리 20대라는 것이고요. 그러면 억울하지는 않나요?(웃음) 우리는 10대 때 스트레스를 받을대로 받아 놓고 20대 때 일탈을 즐기기보다는 또 다시 좋은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니요.
박진 : 저는 억울하지 않아요. 우리가 바꿔 나간다는 건 피해를 감수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는 주체가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니까요. 어른들이 “요즘 세상 참 좋아졌어. 요즘 아이들은 우리랑 참 달라”라는 말을 하시잖아요. 이런 것도 당신들의 세대에서는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는 할 수 있으니까, 내심 부러워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아닐까요? 술을 강권하는 문화를 그대로 우리가 이어가고 있는데, 이제 안 좋은 문화는 끊고 개선해 나가야 해요. 우리가 변화의 시작, 주체가 되는 거죠!

 
사회자 : 술을 잘 마시는 학생에 대한 인상이 궁금한데요. 여러분은 술을 잘 마시는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박진 : 술 잘 마시는 사람을 보면 드는 생각이 ‘부럽다’ 이거죠. 술자리를 주도할 수 있고 그 자리를 견뎌낼 수 있다는 것이……. 그렇지 못한 저로서는 부러운 면이 있어요. 그런데 이런 인식은 너무 단편적이고, 술을 잘 마신다는 게 장점으로 와 닿지는 않아요. 딱 이 정도에요.
윤 : 술을 꾸역꾸역 잘 마시는 사람보다는 큰 액션을 취하면서 분위기를 잘 띄워주는 사람이 있잖아요. 술만 마시면 무슨 재미가 있나요. 액션이 좋고 적극적으로 노는 학생이 인간관계를 더 잘 만들지 않나 싶어요. 술을 잘 마신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요?
박소 : 그런데 저는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무조건 인간관계에 능통한 사람이라고 보지는 않아요. 술자리에서는 잘 놀다가도 다음 날 만나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허다하잖아요. 물론 술자리에서 맺은 인연을 이어나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계 : 술자리에서 어울리지 못한다고 잘못된 사람은 아닌데 사람의 성격도 술자리에서 판단되니 씁쓸하네요. 술자리는 너무 단체 생활을 강요합니다. 소수를 배려할 수 있는 모습도 필요한데 말이죠.

 
사회자 : 술이 사라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야기 한 번 나눠볼까요?
계 : 술이 사라진다면 슬플 것 같아요. 생각하기도 싫어요. 술을 통해 사람들과 친해졌고 관계가 깊어졌고 추억도 많이 생겼는데 술이 사라지면 어떻게 하나요.
박진 : 원래 저는 술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선배들, 후배들과 보냈던 좋은 시간들은 술과 함께 했던 시간이 꽤 많아요. 그런데 그 자리에서 술을 마신 기억보다는 같이 있었다는 기억이 더 커요. 어쨌든 술이 함께 했네요. 술을 빼면 이제껏 제가 지내온 대학생활이 너무 허전해질 것 같은데요?
박소 : 저는 공대에 다녔을 당시, 술을 강요받았던 기억에 이번에는 새터도 안 갔어요. 그런데 이런 기억 때문에 새터를 안 갔다는 게 조금 후회가 되기도 해요. 그런데 오히려 술이 없다면 술을 강요받는 상황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강요받은 기억에 새터에 안 가지는 않았을 텐데…….
윤 : 같이 할 수 있고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이 술 밖에 없다는 게 참 슬프네요. 밴드부처럼 같이 음악을 하면서 충분히 교류하고 즐거울 수 있다면 좋은데 말이에요. 술이 전부는 아니지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가 술자리 밖에 없으니까……. 근데 그렇게 교류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없는 것 같아 아쉬워요. 술 없이도 대학생활이 풍부하게 채워졌으면 좋겠어요.

정리_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사진_ 이설화·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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