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대생 음주 실태조사>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술만한 것이 없다. 이렇듯 ‘술’은 우리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화다. 우리대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은 밤이 되면 삼삼오오 모여 정문 앞 술집을 가득 메운다. 간혹 술에 취해 비틀거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학생도 있으며, 술을 먹고 인형 뽑기 기계 앞으로 달려가는 학생들도 여럿 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모습을 가진 우리대학 학생들. 이들은 어떻게 음주를 즐기고, 또 어떤 모습으로 술자리를 갖고 있을까? 서울시립대신문은 우리대학 학우들의 ‘음주문화’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4일부터 이틀 간 총 280명의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매주 술과 함께하는 학생들, 마시는 이유 다양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대학 학생들의 과반수가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술을 얼마나 마시냐는 질문에 대해 ‘1~2회’라고 대답한 학생이 54.3%로 가장 많았다. 한편 의외로 한 번도 술을 먹지 않는다는 답변도 34.3%를 차지 했다. 그 밖에도 ‘3~4회’는 9.3%, ‘5~7회’는 2.1%로 뒤를 이었다.

일주일에 술값으로 평균 얼마를 쓰냐는 질문에 ‘1만원 미만’이라는 답변이 46.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1만 원 이상 2만 원 미만’이 27.5%, ‘2만 원 이상 3만 원 미만’이 15%로 나타났다. 3만 원 이상을 술값으로 쓰는 경우도 11.4%나 됐다. 박연희(사회복지 12)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은 모임 때문에 술을 마시게 된다. 돈 2~3만 원이 나가는 건 순식간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술 때문에 돈이 부족했던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26.8%가 ‘예’라고 답했다.

술을 마시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마시고 싶어서(취하고 싶어서)’가 36.3%로 제일 높았다. ‘모임이 있어서’가 24.3%,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가 23.6%로 그 뒤를 이었다. 그 외에는 ‘고민 및 스트레스 때문에’가 7.4%, ‘주변에서 자꾸 권해서’가 7%로 나타났다. 관련해서 대한보건협회 방형애 박사는 “‘주변에서 자꾸 권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모임을 가져야만 나올 수 있는 답변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답변들을 한 학생들이 절반 이상(54.9%)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대학생활 모임에서 음주가 아닌 다른 대안 문화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라고 말했다.


필름 끊김 현상과 음주 조절 능력 사이 괴리 일어나

주량이 어느 정도 되느냐는 질문에 54.7%가 소주 한 병 이상이라고 답했다. 방형애 박사는 “대한보건협회에서 전국 대학생 2천 명을 상대로 조사한 1회 음주량과 비교했을 때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음주량은 21.1%가 더 높다. 서울시립대 학생들의 음주량이 꽤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분이 좋을 때 술이 생각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용현(건축 07)씨는 “기분 좋은 일이 생기면 친구들과 좋은 감정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 술이 생각난다. 술을 먹으면 좀 더 감정에 충실해지고 기쁨을 더 극적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술이 생각나느냐는 질문에는 50%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술을 마시는 음주 후 ‘필름 끊김(black out)’ 현상을 겪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5%의 학우들이 ‘예’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모순적이게 스스로 술을 조절할 수 있다고 답한 학생은 86.4%로 매우 높았다. 방형애 박사는 “필름 끊김 현상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자신의 음주를 조절할 수 없는 상태를 나타낸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결과다.


술에 대한 입장은 긍정적? 부정적?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는 ‘긍정적 역할을 더 많이 한다’고 답변한 학생은 36.1%, ‘부정적 역할을 더 많이 한다’고 답변한 학생은 39.6%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양상에 대해 방형애 박사는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와 부정적 역할을 한다는 답변이 비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볼 때, 학생들이 술이 미치는 신체적 영향을 비롯해 개인적·사회적 영향 등에 대한 지식과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 대학생의 음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음주예방 홍보 및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김근철(전전컴 08)씨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술을 마시면 평소에 못했던 말을 할 수 있어 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술’을 매개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술은 부정적인 역할보다 긍정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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