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광장 광장지기, UOSTABLE 제작자, 입학관리본부 홍보대사 회장. 이 역할들을 모두 한 사람이 맡고 있다. 바로 좀비(광장 닉네임)씨다. 학교를 여간 사랑하지 않고서야 이 많은 일들을 어떻게 다 할지 상상이 안 간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한 일이라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서울시립대광장 광장지기로서의 삶

서울시립대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시립대광장(이하 광장)의 광장지기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좀비씨. 광장을 최초로 만든 학생이었냐는 질문에 좀비 씨는 “광장이 처음 만들어진 건 2001년 2월일 거예요. 저는 지금 6번째 광장지기이고요. 아마 지금 졸업하시는 분들이 입학할 때도 제가 광장지기였기 때문에 현재 학교에 계신 분들은 아마 거의 다 제가 원래부터 광장지기였나 하는 생각을 하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광장에는 광장지기, 노들고미, 떡전교 등 광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아이디가 자주 보인다. 운영진들과는 자주 만남을 가지느냐는 질문에 좀비 씨는 “솔직히 말하면 운영진 중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에요”라며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는 “광장 운영진 중에 제가 아는 사람은 2~3명 정도밖에 없어요. 다른 분들은 만난 적이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다.

선대 운영자들의 권유로 광장지기를 시작하게 됐다는 그는 벌써 4년째 이 일을 맡고 있다. 4년 동안 광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기뻤던 일은 2011년에 Daum 우수 카페로 선정되어 1백만 원을 지원 받은 일이었다. 그는 “연말에 1백만 원을 지원해주는 프로젝트를 Daum에서 진행하고 있었어요. 저희도 광장을 이용하는 분들로부터 이야기를 받아 그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1백만 원을 받았죠. 저희에게 이야기를 보내주신 분들에게 문화상품권을 드리고, 남은 돈은 그분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죠. 좋은 일로는 이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라고 말했다.

반면 가장 화가 났던 사건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좀비 씨는 졸업앨범 사건을 꼽았다. 졸업앨범 사건이란 지난 2011년도 졸업앨범이 졸속 제작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광장에는 앨범과 관련한 불만 글들이 폭주했고 전 총학생회가 당시 졸업준비위원회 위원장, 부위원장과 앨범 제작 업체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저 역시 몹시 분노했던 사건이에요. 광장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모으고 서명운동 홈페이지도 만드는 등 사건이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했죠. 하지만 검찰 측에서 불기소 무혐의 처분이 나왔고, 학교측에서도 관련 당사자들에게 봉사활동 이틀이라는 비교적 약한 징계를 내렸어요. 아쉬울 따름이에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립대 학우들의 온갖 고민들이 올라오는 ‘고민 상담 게시판’은 좀비 씨가 만든 게시판이다. 그는 “예전에 익명게시판이 있었는데 질이 너무 좋지 않아 폐쇄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이후 학생들로부터 ‘광장에는 익명으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불평이 많이 올라와 고민 상담 게시판을 만들게 됐어요”라며 고민 상담 게시판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광장에 글을 올리면 기본 조회수가 1000이 넘는 게시판인 ‘그 여자가 누군가요’, ‘그 남자가 누군가요’ 게시판도 혹시 좀비 씨가 만든 것이냐고 물었다. 이 게시판은 우리대학 내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글을 올리는 게시판이다. 좀비 씨는 “이 게시판의 전신은 2003년에 개설된 ‘시립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라는 카페에요. 하지만 그 카페가 관리가 잘 되지 않아 광장의 이 게시판으로 옮겨오게 된 거죠. 제가 만든 건 아니지만요”라며 웃었다. 

▲ 심근우 씨가 제작한 UOSTABLE

나에게 필요한 일이 남들에게 도움이 된다

올해 초 시간표를 짜는 프로그램인 UOSTIME이 사라져 많은 학생들이 시간표를 짜는데 애를 먹었다. 자신도 그 학생들 중 하나였다는 좀비 씨는 시간표를 짜는 것이 너무 불편해 아예 ‘내가 프로그램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나오게 된 프로그램이 UOSTABLE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저는 이런 걸 만들 때가 가장 즐거워요. 제 취미이기도 하거든요”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좀비 씨는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다. 학창시절 정보올림피아드에 지속적으로 참가했고 그 결과, 교육부장관 표창까지 받았다.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그의 꿈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 때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잠깐 멀리했죠. 제가 문과였거든요. 하지만 컴퓨터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해 수능원서를 정보통신학과로 집어넣기도 했어요. 결국 다 떨어지고 더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학교로 왔지만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최근 UOSTABLE 사이트의 서버가 마비되는 등의 일을 겪었다는 그는 프로그램 개발 역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지원을 받아도 될 법한데 왜 받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지원해준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굳이 여기서 이득을 취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다 거절했어요”라고 대답했다.

현재 그는 ‘강의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노력중이다. UOSTABLE에 강의평가를 접목시켜 학생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좀비 씨는 “이 역시 제가 불편함을 느껴 만들고 있어요. 광장에 올라오는 강의평가는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불편하거든요. 아마 UOSTABLE에 강의평가를 접목시킨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학교에서 하는 마지막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 심근우씨가 광장지기로 있는 서울시립대광장

시립대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컴퓨터 관련 활동 외에도 좀비 씨는 입학관리본부에서 입학홍보대사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무척 크지 않으면 이 일은 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좀비 씨. 가끔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이 ‘학교가 저렴하다’ 등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듣고 와서 이에 대해 물을 때 가장 답답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수록 그는 “우리 학교가 이런 이미지를 빨리 고쳐나가야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우리학교를 더 좋게 만들려면 뭐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내년 8월에 졸업을 앞둔 그에게 앞으로의 행보를 물었다. 그는 아직 자신의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야로 취직을 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제 전공을 살리고 싶기도 하고, 취미를 살리고 싶기도 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학교에 자신 같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는 좀비 씨는 “저는 정말 이것저것 해온 일이 많아요.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은 다 하고 산 것 같아요. 앞으로 우리 학교에 저 같은 사람이 많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앞으로 자기처럼 하고 싶었던 일을 다 하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싶다는 좀비 씨. 그의 말처럼 앞으로 학교에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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