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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김주영 기자  |  kjoo0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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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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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는 하숙생들이 하숙집 엄마와 친해지면서 떼를 쓰고 화를 내는 장면이 그려졌다. TV 속에서는 “서울생활 4개월 차 대학 첫 여름 방학이 다가올 무렵, 우리는 친해졌고, 가까워졌고, 익숙해졌다. 그리고 딱 그만큼 미안함은 사소해졌고, 고마움은 흐릿해졌으며, 엄마는 당연해졌다”라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드라마를 보던 날은 나의 음력생일이었다. 그날 엄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미역국과 함께 소담한 집밥 한상을 사진으로 찍어 장난스레 나에게 보내줬다. 그날 내가 사진으로 받은 집밥은 비록 직접 먹지 못했지만 가슴 먹먹해지도록 따뜻했다. 고향에서 올라와 서울생활을 시작한지 2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엄마에게 나는 그저 어린 아이인가보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음력 생일을 “음력 생일이 진짜 생일”이라며 챙겨주는 엄마는 항상 나에게 “밥 먹었어?”라는 말을 반복한다.

사실 그 하숙생들이 엄마에게 하는 짓은 내가 19년 동안 고향에서 엄마와 붙어 있을 때의 일들을 빼다 박아놓은 듯했다. 우리 집에서 엄마와 나는 늘 투닥거리며 살아왔고 언쟁은 그칠 날이 없었다. 나는 제발 엄마와 떨어져 살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고 대학 가면 나 혼자 살 것을 다짐했다. 나는 결국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됐고 염원하던 소원을 이뤘다.

그렇게 행복할 것만 같았던 서울생활은 엄마와 함께 지내던 생활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밥을 챙겨 먹는 것부터 잠을 깨는 것까지 엄마의 빈 자리를 항상 느끼며 살았고 엄마에게 내가 한 행동들이 얼마나 못된 짓들이었는지 깨닫게 됐다. 그때의 일상은 아마 엄마에게도 아팠으리라. 그럼에도 나는 엄마에게 그때의 미안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함께 기대고 살 부대끼며 사는 그 익숙함을 소중한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나는 한동안 향수병 아닌 향수병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이제서야 간접적으로나마 사과를 표하는 못난 딸을 이해해주는 엄마에 감사할 따름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하숙생들이 엄마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된다. 우리들에게 가장 소중한 그녀에게도 지금 이 순간 서프라이즈가 필요하지 않을까?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베란다 귀퉁이에서 바짝 시들어버린 난초에게 때늦은 물과 거름은 소용없는 일이다. 관계가 시들기 전에, 마음을 전해야 한다”

김주영 기자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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