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탁재훈, 이수근, 토니안, 앤디, 붐 등의 연예인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들은 처음에는 재미삼아 소액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액수를 올려가며 억대에 달하는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합법적인 스포츠 도박은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발행하는 ‘스포츠토토’와 온라인 사이트 ‘베트맨’ 뿐이다. 이외의 도박업체에서 베팅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의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2년 전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쳐 발생한 승부조작 사건도 이러한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서 조작 브로커들이 투자자를 모으면서 발생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불법 스포츠 도박을 ‘정부가 지정한 체육진흥투표권 발매사업자가 아닌 이에게서 베팅을 하거나 경기를 예측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불법 도박으로 끌어들이는 교묘한 방법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불법 사행산업으로 필터링돼 단순한 온라인 검색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그래서 포털사이트의 스포츠 경기 문자중계 댓글에 교묘하게 글자를 바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거나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을 진행하면서 ‘안전한 놀이터’가 있다며 카카오톡 아이디를 알려주는 식으로 일반인들에게 접근한다. 스포츠 중계를 하는 다수의 인터넷 방송에는 화면에 카카오톡 아이디가 표시돼 있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불법 스포츠 도박을 접한 A(24)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베팅 머니를 공짜로 주며 특정 경기에 베팅하라고 팁을 줬다. 운영자의 예상은 적중했고 당첨금을 환급받았다. 처음에는 돈을 벌었지만 자꾸 베팅을 하다보니 벌써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날렸다”고 말했다. 운영자는 이런 식으로  추천인 제도를 도입해 이용자를 끌어 모은다. 초대를 받은 사람이 가입하면 초대한 사람에게 일정 양의 베팅 머니가 지급된다. 기존의 이용자들은 계속해서 도박을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다.


높은 배당률과 당첨금 환급의 미끼

스포츠토토는 성적, 전적, 부상선수 유무, 분위기, 유명도 등에 근거해 배당률을 산정한다. 상대팀의 강약이 확연히 드러날 경우 강팀에 걸면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이 낮다. 그러나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예측이 쉬운 경기에서도 높은 배당률을 산정해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포츠토토가 회차당 10만 원으로 베팅 금액이 제한돼 있는데 반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제한이 없다.

또 스포츠토토는 경기 다음날이나 회차 마감이 돼야 환급받을 수 있지만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경기 종료 1시간 후 바로 환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성에 있어서도 구매자들의 환심을 사고 있다. B(24)씨는 “일주일에 10만 원 정도 건다. 스포츠토토는 배당률이 적어 베팅하는 사람들에게 불리하다. 반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배당률이 높고 빨리 환급받을 수 있다. 일상에서 겪을 수 없는 즐거움을 사설 사이트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도박판엔 예외가 아니다

불법 스포츠 도박은 성인들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경기도박치유중독센터가 도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4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강원도 양구고 청소년문제연구팀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15%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도박은 대학사회 뿐만 아니라 청소년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생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은 학교 생활에도 영향을 미쳐 문제다. C(21)씨는 “일주일에 5번 정도, 하루에 만 원씩 걸고 있다. 간혹 소액으로 즐기겠다는 결심을 하지만, 높은 배당률에 혹하다 보니 은행에 자주 드나들게 된다. 베팅한 후 불안해서 새벽에 열리는 축구 경기를 꼭 챙겨보게 된다. 그래서 다음날 수업시간에 조는 것은 다반사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포츠 경기 문자중계 댓글란에 거액을 날렸다며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은 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역시 이와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 측은 “정부에서도 불법 스포츠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하지만 그 이전에 개인 차원에서 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기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불법 스포츠 도박 근절 교육도 학생들의 접근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불법 스포츠 도박에 대한 의식이 재고돼야 함을 강조했다.


글·사진_ 서주훈 기자 joohoon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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