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왕’이 되기까지
안녕하세요, 소설부문 수상자인 지동준입니다. 우선 수년의 공백을 갖고 돌아온 제26회 서울시립대문화상의 수상자가 되어 기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비의 왕>은 묘사도 부족하고, 비문도 많은 모자란 작품인데, 이런 큰 상을 받게 돼서 많이 놀랐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여기고 감사히 받겠습니다.<나비의 왕>은 이번 년도 4월 달쯤부터 적기 시작한 소설입니다. 왜 그랬는지, 그땐 나방이라는 곤충에 이상한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나방채집’을 소재로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오문도 많고, 구성도 엉망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변에서 별로 좋은 말을 듣지 못했는데, 고치고, 또 고치고, 다시 고치다보니 지금의 <나비의 왕>이 완성됐습니다. 아직 ‘완성’이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많이 모자라지만요.
서울시립대문화상이 앞으로도 계속 되길 바라면서, 다시 한 번 수상을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17편을 읽고 나서 받게 된 전체적인 느낌은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학교 제도를 비롯한 각종의 기성 제도에 의해 삶의 상당 부분을 관리당할 수밖에 없는 자신들의 처지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둘째, 그처럼 불만을 느끼면서도, 현상타파적이고 우상파괴적인 인식의 날개로 무장하고 모험에 찬 여행을 떠나는 패기는 기대된 만큼 크지 않다. 셋째, 그런 가운데서도 상당히 치밀한 관찰력과 묘사력, 그리고 세련된 언어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대략 이상과 같은 특징들을 공유하고 있는 17편의 작품들은 다들 그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 한참 동안 고심한 끝에 4편을 추려 내었다.
당선작으로 결정된 <나비의 왕>과 우수작으로 결정된 <지구 밖으로>는 위에서 응모작 전반의 특징으로 언급되었던 세 가지 항목 가운데 세 번째 항목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대표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상당한 수련 과정을 거친 사람에게서만 볼 수 있는 내공의 힘이 느껴진다. 그리고 삶이라는 거대한 수수께끼를 앞에 놓고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며 탐색하는 시간을 축적해 온 자취도 보인다. 이런 두 작품 중 후자보다 전자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 것은, 앞에서 두 번째 항목으로 지적된 ‘패기의 결여’라는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에 전자가 후자보다 조금 더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위의 두 작품 이외에 <지금 당신의 위층에서는>과 <국화>를 가작으로 선정한다. 이 두 작품은 모두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소통의 단절이라는 현상을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 폭력이 빚은 비극을 묘사하면서 그 극복의 길을 묻고 있다는 점도 공통된다. 부분적으로 아직 미숙한 면이 없지 않으나 사회적인 주제에로 관심을 확대하면서 진지한 탐구 정신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