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화가 한가운데에 있는 공덕역. 출구를 나서면 넓은 도로와 드높은 빌딩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늘장’은 이런 도심 속에 위치해 있는 장터다. 늘장은 늘 열리는 상설시장이며 시민들을 위한 대안문화 공간을 표방한다.

늘장을 구성하고 있는 컨테이너 부스와 천막 부스들은 뒤로 펼쳐진 높은 빌딩 등과 대비돼 묘한 이질감을 준다.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타코야끼 판매 부스를 운영하는 한 일본인은 서툰 우리말로 “주말마다 장터가 열린다. 그때는 물건을 팔러 오는 일반 시민들도 있고 손님들이 더 많아진다”라며 활기찬 주말 장터의 모습을 손짓을 동반해 설명했다.

걸음이 이끄는 대로 부스를 찾아 나섰다. ‘준비하시고, 힘껏 잡아당기세요’라는 팻말이 붙은 곳에 들어가 봤다. 힘껏 잡아당겨야 열리는 문을 재치있게 표현한 문구다. “난로를 새로 들여와서 연기가 많이 날 거예요” 라며 양해를 구한 장터매니저 김진희 씨는 “이곳은 ‘방물단’이라는 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스예요. 늘장에서는 여러 작가분들의 작품을 팔고 있죠. 일종의 아트숍이에요”라며 부스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부스 한 켠에는 파우치, 컵, 악세사리 등의 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개성있는 손글씨가 담긴 액자와 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했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보니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하는 등 일반 가게에서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와우북살롱-사슴’ 부스는 많은 사람들로 활기를 띠고 있었다. 부스를 운영하는 김진경 씨는 “할머니들을 초청해 그분들에게 뜨개질을 배워보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라며 오늘 열린 모임에 대해 소개했다. 이 외에도 주기적인 독서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강연회를 여는 등 가게의 한 켠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연다고 김진경씨는 설명했다. 북살롱인 만큼 가게는 책장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이곳에서는 디자인 북, 독립출판 등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책은 물론 인디밴드의 CD 등을 접할 수 있다. 또한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는 책도 진열돼 있어 가게라기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서의 느낌을 줬다.

마지막으로 타로 가게를 방문했다. ‘사람인타로’라는 이름의 이 부스를 들어서자 고양이 한 마리가 애교를 부린다. “그냥 지나가다가 들르는 사람은 없었는데”라며 운을 뗀 이유진 대표는 능숙한 솜씨로 타로를 준비했다. “연애도 궁금하지만 진로를 봐주세요”, “손님은 진로를 보는 편이 낫겠네요”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다보니 마음 속 경계심이 허물어지고 타로에 빠져들 수 있었다. 설명은 꽤나 길게 진행됐고 오래 알고지낸 친한 사람에게 조언을 듣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부스 안에 있는 콘텐츠들은 어찌보면 허전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장터라기보다 테마공원 같은 느낌을 주는 이곳에서 기자는 바쁜 현실 속 지쳤던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높은 빌딩들과 대비되는 낮은 건물들이 모인 늘장. 도심 속 위치한 안식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사진_ 김준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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