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개설되는 우리대학 강의 중 약 1000학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분반을 없애고, 일반교양 중 기존에 두 학기 동안 운영되던 강의를 한 한기만 운영해 연간 학점 수를 줄이는 것이 구체적인 방안이다. 이에 따라 전공과목에서 350학점, 교양과목에서 650학점이 줄어들게 된다. 학생들은 대형 강의가 많아짐으로써 생기는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고 있지만 학교 측도 전임교원강의담당비율(이하 전임강의 비율)50%를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학교, “교육부 지원예산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어”

학교 측이 당장 내년도부터 1000학점을 줄이는 방안을 내놓은 직접적인 이유는 교육부 사업에 신청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전임강의비율 50%’ 충족을 골자로 대교협 인증평가를 통과한 대학에 한해 사업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익주 학사교육원장은 “대형 강의가 많아지면 교육의 질이 저하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ACE사업이 중단되면 전공스페셜, 해외답사, PBL, EPL 등의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외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고 학생들도 만족하고 있는 것들이다. 학점 수를 유지하는 것과 교육부 지원을 받는 것 모두 학생을 위한 것인데 학교는 그중에서 교육부의 지원을 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가 대학에 전임강의비율 50%와 같은 기준을 제시하고 예산을 지원해주는 일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다른 대학과 경쟁해 예산을 가져오는 상황 속에서 우리대학도 도태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학생, “전임강의비율을 올리는 방법 잘못돼” 

우리대학은 현재 39.5%인 전임강의비율을 50%까지 올리기 위해 ‘전임교원 담당 학점 수’를 올리는 대신 ‘총 개설 학점 수’를 줄이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에 많은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심준선(경제 11)씨는 “학교의 현재 방안은 ‘분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분모’를 줄이는 것이다. 교육부의 의도는 강의 수를 줄이라는 것이 아닐 텐데 왜 분모를 줄이려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익주 학사교육원장은 “전임교원의 수를 늘리는 것은 서울시 공무원 수가 제한돼 있어 불가능하다. 총 개설 학점 수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무과 관계자 역시 “교수당 학부강의담당시수를 6시간에서 9시간으로 올리고 연구실적적립제를 없애는 등의 방안을 계속해서 강구하고 있다. 내년에 전임교원 담당 학점 수도 3200학점에서 3600학점으로 늘릴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분반 통합으로 인해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학교 측은 강의조교(TA)를 더 많이 배치해 수업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생, “강의수강자인 학생들과는 논의가 전혀 없어”

지난 24일 총학생회는 “내년 우리학교 교양강의 중 700학점이 사라진다. 학생들의 교육권과 직결되는 사안에 대해 학교에서는 어떠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 총학생회는 교육권을 보장받기 위한 모든 활동을 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이 글을 본 학생들은 교양강의가 축소된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총학생회를 지지하는 입장을 표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반발을 충분히 이해한다. 교육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과 상의하는 게 옳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였다”고 해명했다.
  

학교, “분반을 없애 교과목 수를 늘릴 것”

 분반이 통합돼 개설되는 대형 강의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교 측은 앞으로 모든 분반을 없애 교과목 하나당 한 개의 반만을 개설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분반을 통합했을 경우 대형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이 부족한 탓에 2014년도는 일단 모든 분반이 통합되지는 않을 예정이다.

기초·일반·심화로 나눠지는 교양과목 중 기초교양 학점 수도 줄일 예정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꼭 들어야 하는 필수 교양의 수가 너무 많다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와 철학Ⅱ’, ‘사회와 이념Ⅱ’와 같은 영역의 심화교양과목도 2015년부터는 일 년 중 한 학기만 운영된다. 학사교육원은 심화교양을 창의영역과 공공영역으로 개편하면서 졸업이수학점으로 요구하는 심화교양의 수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줄어든 학점 수는 2015년부터 새로운 교과목의 학점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이익주 학사교육원장은 “우리학교 학생들이 들을 교양이 없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강의의 분반을 없애고 두 학기 중 한 학기만 개설하면 더욱 학점 수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교양 중에는 20~30년 씩이나 개설돼 온 과목들이 많다. 오래된 과목들을 줄이고 시대에 맞는 교양과목을 새로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설화 기자_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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