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화에 대한 두 가지의 색다른 해석

영화 <행복한 사전>은 주인공 ‘마사시’의 성장기임과 동시에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것들의 의미를 찾아주는 휴식 같은 영화다. 익숙한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 보면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행복한 사전>에서 식사라는 단어는 사전 못지않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상영 내내 등장한 식사 장면은 극 중 인물들이 서로를 알아갈 수 있었던 장치였다. 주인공 마사시가 직장 생활에 대한 고민에 빠졌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얻은 계기는 하숙집 할머니와의 식사였다. 또한 그가 짝사랑하는 상대와 가까워지는 매개체도 식사였다. 그래서 영화를 즐기는 방법으로 어머니께 식사를 준비해드렸다.

혼자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은 똑같았지만 자취방에서 밥상을 차려먹는 것과는 달랐다. 식사에는 소통의 힘이 있었다. 좀처럼 힘든 티를 내지 않으시는 어머니셨지만 딸이 차린 밥상을 받으신 어머니는 전보다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으셨다. 집에서 이사를 준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준비 과정에서 어머니는 내가 짐작한 것보다 더 큰 경제적인 부담감을 갖고 계셨다. 그제야 용돈을 줄이신 일이나 나의 진로에 대해 걱정하신 일들이 이해가 됐다. 한 시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머니의 마음을 더 헤아릴 수 있었다. 주인공이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고백을 성공한 후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린 것처럼 어머니와의 식사 이후 식사라는 단어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려 봤다.

“식사[명사] -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 또는 그 음식. 상대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 되기도 하며 더 나아가 상대를 이해하고 알아갈 수 있는 행위”

유지현 수습기자 wlgus2304@uos.ac.kr


더 이상 종이 사전을 찾아보지 않는 시대에 새로운 사전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싶다면 이 영화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사전은 단순히 우리가 모르는 단어의 뜻을 설명해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사전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와 공통된 사고방식을 담고 있는 ‘진행형 역사책’에 가깝다.

불과 1년여 전만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사랑의 정의는 ‘이성의 상대에게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었다. 이 정의는 사랑의 객체를 ‘이성의 상대’로 제한하고 있어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동성애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 개정에 대한 요구에 맞섰지만 2012년 12월 국립국어원은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으로 사랑의 정의를 다시 내렸다. 사랑의 객체가 ‘이성의 상대’뿐만 아니라 ‘어떤 상대’로 폭넓게 수정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성적 소수자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 아닌, 동성애를 존중하는 사회적 시각을 반영한 개정이었다.

이처럼 사전은 우리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와야 한다. 나와 어떤 상대 사이에 생기는 애틋한 감정 모두에 대해 ‘현재의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그에 대한 합의를 기록하기 위해 사전은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사전을 두껍고 무거운, 나에겐 필요 없는 책들 중 하나로만 생각해왔다면 이 영화를 보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전’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

장한빛 수습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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