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겨울왕국>이 천 만 관객을 돌파한 가운데 더빙(dubbing)에 대한 관심 역시 뜨거워지고 있다. 더빙이란 외국어로 된 영화의 대사를 해당 국가의 언어로 바꿔 다시 녹음하는 작업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애니메이션에 주로 더빙을 입히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공중파 방송국에서는 성우들이 더빙을 한 외국영화(이하 외화)를 방영한다.

현재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겨울왕국>의 여파로 인해 성우들 역시 많은 관심을 받고 있고,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스타 성우를 배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하고 있다. 영화 <겨울왕국> 더빙판을 관람한 김형균(24)씨는 “더빙에 대한 편견이 많이 깨진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더빙판 애니메이션 영화가 히트를 친 건 이례적인 일이라 앞으로도 더빙에 대한 현재의 관심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죠”라며 영화를 본 소감을 전했다.

▲ 영화 <겨울왕국>에서 ‘안나’역을 맡은 박지윤(왼쪽), ‘엘사’역을 맡은 소연(오른쪽)

부정적 의견 여전히 존재해

얼마 전 KBS 2TV에서 외화인 <셜록 시즌3>가 방영되고 난 뒤 많은 누리꾼들의 불만 글이 올라왔다. ‘자막’이 아닌 ‘더빙’으로 프로그램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누리꾼들은 “요즘 세상에 어느 누가 더빙으로 셜록을 보냐”는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고, “제발 자막으로 보여주면 안 되냐”는 요청 역시 많았다. 이에 한 성우는 자신의 개인 트위터에 “내가 더빙으로 셜록본다”며 당신들이 언제부터 더빙으로 외화를 보고 싶은 사람들의 취향까지 대놓고 깔아뭉갤 권리를 가지고 있었냐는 투로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박동완(22)씨는 “더빙판의 경우 오역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빙판 영화에 자막판과는 다른 대사가 있어서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성윤아(24)씨는 “사실 더빙판의 경우 부자연스러운 것이 사실이에요. 이번 <겨울왕국>은 더빙이 아주 잘 된 경우지만, 다른 애니메이션 혹은 외화를 볼 때 항상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라고 말했다.

더빙판을 상영하는 극장의 환경 자체가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진희(23)씨는 “기본적으로 더빙판은 아이들이 봐요”라며 “영화 중간에 시끄럽게 떠들기도 하고 심지어 울기까지 해 영화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됐죠”라고 말했다.

한국성우협회 이근욱 이사장은 “더빙에 대해 불만이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성우는 이런 충고들을 다 받아들여야 해요. 시청자들이 지적을 하면 반성하고 더 열심히 해서 시청자들이 그런 소리를 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죠”라고 말했다.


연예인들의 더빙, 인식 악화시켜

연예인들의 더빙 진출 역시 사람들이 더빙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애니메이션들은 홍보효과를 위해 연예인에게 더빙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 강현수(22)씨는 “연예인 더빙이 무조건 싫은 건 아니에요. 분명히 잘하는 연예인도 있고, 그 배역에 정말 맞게끔 소화해내는 연예인도 있죠. 하지만 가끔 아무 연예인이나 데려다놓고 유명하다고 쓰는 경우가 있어요. 그럴 때는 그 연예인이 영화에 나오는 배역에 맞춰서 더빙을 하는 게 아니라 자기의 기존 캐릭터에 맞춰서 더빙을 하는 게 느껴져요. 쓸데없이 자기 유행어를 넣는다든지 하는 행동은 지양했으면 좋겠어요”라며 연예인 더빙에 대한 씁쓸함을 드러냈다.

이근욱 이사장은 연예인들의 더빙 진출에 대해 “연예인들이 더빙을 할 경우 그 홍보 효과는 분명히 있어요. 하지만 이는 대중이 원하는 것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해요”라며 “연예인들의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캐릭터가 이미 있어요. 영상에 나오는 인물을 봐도 그 역할을 더빙하는 연예인의 캐릭터가 떠오르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연예인과 그 연예인이 배역을 맡은 애니메이션 등장인물이 동화되지 못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성우들의 경우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갖춰진 캐릭터가 없어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쉽게 동화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그는 “영화 <겨울왕국>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영화의 모든 배역이 전문 성우였고, 그 상태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더빙에 대한 지원 절실해

평소 더빙 영화를 즐겨본다는 이태형(24)씨는 “더빙이 무시당하기엔 다양한 매력들을 갖고 있어요. 영상에 좀 더 집중을 할 수 있고, 우리나라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아쉬운 점은 평소 더빙을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에요. 더빙을 좀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부정적인 의견들도 줄어들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근욱 이사장은 “우리나라에는 더빙을 필요로 하는 노인, 시각장애인, 아동, 다문화가정 등 사회적 약자들이 1천만 정도 있어요. 이들이 문화생활을 향유하기 위해 더빙의 존재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또한 이근욱 이사장은 “90년대까지만 해도 현재 예능을 하는 시간대에 더빙된 외화가 방영됐어요. 하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외화들이 밀려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특히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크고요. 해외에서 우수하다고 인정받은 작품을 가지고 오면 정부에서 더빙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최근 생겼지만 아직 미미한 실정이에요”라며 “성우들의 노력 및 연습도 중요하지만 방송국 혹은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절실해요”라고 말했다.


정수환기자 iialal91@uos.ac.kr
사진_ 이소라의 가요광장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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