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으로 시사용어를 해설한다

1. ‘빠른 길찾기’ 효과를 내세우며 정부에서 밀고 있는 새로운 주소.
2. 겉으론 편해보이지만 갑작스런 변화로 인해 오히려 더 불편한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도로명주소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당장 어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려고만 해도 지번주소 대신 도로명주소를 기입하라고 한다. 정부는 도로명주소 전면 사용이 빠른 길찾기를 가능케 해 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한다. 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도 도로명주소를 통해 길을 찾으면서 도로명주소의 편리함을 홍보한 적 있다.

정말 편할까? 편리함을 앞세운 도로명주소이지만 오히려 불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지금까지 시·군·구 행정구역 다음에 읍·면·동과 지번을 사용했는데 갑자기 도로명으로 바뀌니 생소하다. 기존의 수 많은 동 이름들을 하나의 도로명으로 합치다보니 지번주소가 익숙한 중국집, 치킨집 배달부들은 물론, 우체국 집배원조차 주소 찾기에 애를 먹는다. 정부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번지 뒤에 괄호로 법정 동명과 주택명을 붙이게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

거기에다가 도로명주소로 법정 읍·면·동 이름이 사라지면서 동 이름에 담겨 있는 이야기나 그 지역이 가진 역사와 문화가 사라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국어 교과서에서 자주 접했던 「원미동 사람들」의 배경인 원미동은 실제로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행정구역이다. 그런데 도로명주소는 법정 읍·면·동 이름을 폐기하고 오직 도로명만을 쓰도록 하고 있다. ‘원미동 사람들’도 이제는 ‘부천로 사람들’이 되야 할 판이다. 이처럼 도로명주소는 그 지역의 고유한 전통과 문화가 파괴된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고, 전통문화단체나 불교단체의 반발도 사고 있다.

도로명주소는 이렇게 많은 문제를 낳고 있지만 올해부터 도로명주소를 전면 사용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서주훈 기자
joohoon5@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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