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LR의 촬영 옵션 바를 돌리다보면 P 설정과 M 설정을 찾을 수 있다. P 설정은 Program의 앞 글자로 DSLR이 촬영 환경을 자동으로 인식해 프로그램된 설정 중 최상의 설정을 알아서 설정해주는 것이다. 반면 M 설정은 Mannual의 앞 글자로 촬영자가 수동으로 설정을 해야 한다. 조리개도 설정해야 하고, 셔터 스피드도 정해야 한다.

내가 처음 DSLR을 접했을 때에는 P 설정이 너무 편해서 도대체 왜 M 설정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러다 지난 655호에 실렸던 임권택 영화감독의 강연을 취재 하다가 문제가 터졌다. 이때도 역시 P 설정에 맞춰 놓고 촬영을 했는데 아무리 찍어도 사진들이 그냥 까맣게만 나왔다. 너무 당황해서 DSLR 촬영 설정 표시를 보니까 설정들이 계속 해서 바뀌며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너무 어두운 공간에서는 P 설정으로 사진을 못 찍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M 설정으로 돌리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조리개가 뭔지 셔터 스피드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찍는 사진은 정말 엉망이었다. 그래도 결국 괜찮은 사진을 운 좋게 찍어서 겨우 기사를 완성하긴 했지만, 기자로서 그런 상황에 처한 내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P 설정에 의존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꼭 P 설정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대비해서라기보다도 M 설정은 필요하다. 자신이 원하는 느낌의 사진은 자신 밖에 찍을 수 없다. 같은 구도에서 P 설정으로 무난히 찍은 것과 M 설정으로 개성 있게 찍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만들어 놓은 길과 목표만 따라가려고 하면 안 된다. 자신만의 길과 목표를 개성 있게 개척해 나가자. 인생에서 M을 찾자. 나만의 조리개, 셔터 스피드를 설정하자.

서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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