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총학생회장과의 만남에서 “내가 굳이 언론사의 인터뷰에 응할 의무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대답을 할 순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총학생회장은 학내 구성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줄 의무가 있고, 언론사의 인터뷰는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는 한 방법인데, 왜 총학생회장이 이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지 기자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기자는 스스로 불통의 아이콘이 되려는 총학생회장 앞에서 어떤 대답을 해야 했을까.

총학생회장이 만일 일반 학생이라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인터뷰를 하기 귀찮거나 시간이 없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도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 않나. 말하지 않을 권리도 개인에게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공적 영역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답을 회피한다면 그는 이미 공인으로서 자격 미달이다.

“대학생들은 비판을 아끼지 말고, 때로는 행동으로도 보여주며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고까운 말씀이라도 열심히 듣겠다.” 작년 박원순 시장과의 인터뷰 때 들었던 말이다. 자신을 비판한 기사를 보고 “잘하셨다. 필요하면 비판도 해야 한다”라며 친절히 기자를 응대한 이경주 전 총학생회장도 기억난다. 불편한 말이라도 듣겠다는 자세는 굳이 공인으로서의 바람직한 태도를 논하지 않더라도, 지성인으로서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태도다. 총학생회장은 이런 생각이 없는 것일까? “원하던 반응이든 기대하지 못한 반응이든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는 말을 했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어찌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언론사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단 말인가.

인터뷰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행위는 이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생의 알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을 무시하는 것은 곧 학생을 무시하는 처사임을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기사 내기 전에 한 번 보여달라”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기사내기 전에 사실관계를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그럴싸한 언변이었지만 그것은 엄연한 언론 검열이며 명백한 언론 탄압행위다.

총학생회장은 많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보는 ‘서울시립대광장’에서 학생들 개개인에게 열심히 댓글을 달아줬다. 이런 모습을 앞으로 언론에게도 보여주면 좋겠다. 다음호에도 우리는 총학생회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할 것이다. 그때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철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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