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라는 단어는 ‘우리’의 낮춤 표현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저희 음식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매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같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높임으로써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려는 의도로 대개 사용된다. 하지만 ‘저희’라는 단어가 절대로 붙을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나라’라는 단어 앞에서다. ‘저희나라’라는 단어는 어법상 존재할 수 없는, 어디에서도 존재할 수 없는 단어다.

이러한 이야기를 새삼 꺼낸 이유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저희’와 ‘나라’를 함께 사용하는 실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희나라가 부절적한 단어라는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되었으나 여전히 ‘저희나라’라는 단어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수님들조차도 수업 중간에 이 단어를 사용하시곤 한다. 자국민조차 자신의 나라를 낮추어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민국이라는 이 나라가 안쓰러워진다.

‘나라’라는 단어 속에는 우리나라가 살아온 역사와 조상들의 얼이 녹아있다. 우리는 굳이 나라를 낮추면서까지 어떤 상대방을 배려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우리가 낮춰야 할 건 나라 자체가 아니라 ‘저희’와 ‘나라’를 같이 사용하고 있는 우리들의 무식한 자세다. 올바른 단어 사용은 이 땅을 물려받게 될 후손들에게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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