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 본지의 보도대로 이번 학기 수강신청은 대란에 가까웠다. 마치 굶주린 사자가 닥치는대로 먹잇감을 포획하듯 강좌 여석만 생기면 이름부터 올리고보자는 식이었다. 졸업요건에 맞춰 수강계획을 세우는 학생들로선 필시 울며겨자먹기로 신청한 과목도 있었을 법하다.

당장 드러난 현상으로 대다수 강좌의 학생 수가 예년에 비해 현저히 늘어났다. 많은 교양과목이 100명 이상 대형 강의가 됐으며 전공과목 또한 대부분의 학과에서 수강생 수가 확연히 증가했다. 예상은 했지만 소홀한 대비로 강의실은 콩나물시루를 면치 못했고, 이로 인한 문제점이 곳곳에서 불거졌다. 몇몇 교수는 뒤늦게 적합한 강의실을 찾느라 혈안이었고 강의조교가 없는 교수는 출석 체크에 애를 먹었다. 전공과목의 경우 특정 학과의 고학년 개설과목에 기초지식이 전혀 없는 타학과 저학년생들이 신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됐다.

학교 측은 이번 학기 개설강좌 수의 감소는 교육당국과 대학평가기관의 주요 평가항목 중 하나인 전임교원 강의비율 지표 충족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교 측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지금 이 대란의 악과(惡果)를 예견한다면 마냥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 교육의 질 저하와 이로 인한 우리대학의 경쟁력 약화가 가장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역시 돈이고 돈줄은 서울시가 쥐고 있다. 전임교수 강의비율이 낮다면 전임교수 수를 늘리면 될 것이고, 이게 정 부담스럽다면 대형 강의실 확보와 강의실 환경 개선, 충분한 강의조교 확보 등 강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도 갖춰야 한다. 가뜩이나 반값등록금 때문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우리대학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는 마당에, 서울시는 ‘손 안대고 코풀기’ 식으로 우리대학을 운영해선 안될 것이다. 시립대가 시정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하기엔 정권의 생명은 너무나 짧고 대학의 생명은 너무나 길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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