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은 일을 빨리 하게 만드는 것들은 뭐든지 가지고 있어요. 옷을 가게에서 구하고 지프를 타고 다니고 전화기나 가스요리기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 것들 때문에 시간이 많이 절약될 텐데 제가 찾아갈 때면 저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바쁘답니다.”

-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중에서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유지하면서 행복을 누리고 있었던 라다크사람들에게도 ‘세계화’라는 물결이 닥쳐왔다. 이 물결은 라다크 사람들에게 ‘편리한’ 현대의 물품을 선물했지만 그 대가로 라다크 사람들의 여유와 웃음을 빼앗았다.

어렸을 때 ‘미래 세상은 어떻게 변해있을까’라는 상상을 자주 했다.  편리한 도구들이 가득한 미래 사회를 상상하는 일은 꼭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모든 게 편리하지만 사람들조차 도구를 닮아 여유가 없고 딱딱하기만 한 모습을 보이진 않을지 걱정했다. 그런 사회에서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졌다.

급격한 세계화는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여유 없는 사회’를 라다크에 선사했다. 라다크인에게 전해진 수많은 ‘편리한’(물론 우리에겐 흔한) 물건들은 그들에게서 여유를 빼앗았다. 이는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라다크인에게 우리 사회는, 내가 상상하던 ‘답답한 미래상’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라다크 사회를 무너뜨린 현대화를 지켜보며 한없는 씁쓸함을 느꼈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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