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역사’는 쉽게 연결되지 않는 단어이다. 보통 역사책 속에 쓰여 있는 음식과 관련된 서술이라곤 ‘이 음식은 00년에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는 00 음식이 유행했다’는 등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문구들 뿐이다. 이 책은 음식을 역사 서술의 전면에 내세웠기에 독특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음식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적 상황을 조명한다.
저자들에게 있어 음식은 단순히 눈 앞에 있으니까 먹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 아니다.

음식이 한 나라에 전해지고 유행하는 데는 당시 사람들의 생각이나 사회적 상황이 많은 영향을 끼친다. 중세 유럽의 음식은 매웠다. 후추를 많이 쓸수록 고급음식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항로 개척으로 후추의 가치가 폭락했고 상류층은 값어치 없는 후추를 대신할 새로운 향료를 찾기 시작했고 서양의 상류층 사회에서는 버터가 유행하게 됐다. 이 사례는 상류층들이 희소가치를 강하게 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중세 일본에서는 소고기가 ‘우육환’이란 이름의 약으로 유통됐다. 이는 당시 일본의 국교가 불교인 탓에 소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국가 차원에서 금지했기 때문이다. 우육환은 소를 음식 자체로 즐기지 못했던 일본인들이 만든 일종의 ‘편법’이다. 이처럼 음식은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

음식의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음식은 새로운 현상을 불러오기도 한다. 서양 사회로 커피가 전래되고 이것이 유행하면서 커피숍이 많이 생겨났다. 커피숍은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 역할을 했다. 수많은 철학자들도 이곳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커피숍은 자유사상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커피숍은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들이 뭉칠 수 있는 공간 역할을 하기도 했다. 여성들이 하나의 큰 세력을 형성하는 사태를 우려한 남성들 사이에서는 커피숍을 비판하는 무수한 뒷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양배추를 소금에 절인 독일 음식 ‘사워크라우트’는 유럽의 ‘대항해시대’에 크게 유행했다. 오랜 항해생활 동안 비타민C를 얻지 못한 선원들은 ‘괴혈병’에 시달렸는데, 이를 저장성이 뛰어난 사워크라우트로 해결한 것이다.

이처럼 음식은 우리 생각보다 영향력이 크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역사책에서 소외돼 왔던 음식은 나름 억울했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은 단지 섭취할 대상으로 음식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힘 있는’ 음식들이 동·서양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들려준다.

김준태 기자 ehsjfems@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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