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인셉션>에서 주인공이 꿈을 마음대로 조절하고 있다.
인간은 인생에 주어진 시간 중 약 1/3을 잠자는 데 쓴다. 그리고 그 중 1/4을 꿈꾸는 데 쓴다. 평균 수명을 80세라 한다면 인간은 대략 6년 정도 꿈을 꾸는 것이다. 이토록 우리의 일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꿈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우리가 꿈을 꾸는 이유는 무엇인가. 확실한 정답은 아직 없다. 단지 여러 이론들만 있을 뿐이다.

정리가 필요해. 역학습이론

일주일 동안 악몽만 꾼 버섯양. 왜 계속해서 악몽을 꾸는지 모르겠다. 버섯양은 좋은 꿈을 기대하며 잠을 청했지만 또 악몽을 꾸고 말았다. 버섯양은 자신이 악몽을 계속 꾸는 이유를 역학습이론을 통해 이해했다. ‘역학습이론’이란 하루 동안 축적했던 많은 정보 중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것을 꿈이 담당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꿈은 우리의 뇌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된다. 우리의 뇌가 꿈에서 만드는 정보는 주로 부정적인 것이다. 부정적인 정보를 현실이 아닌 꿈에서 다루면 그 정보가 익숙해져서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행복한 꿈보다 불행한 꿈을 꾸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것에 대한 증거가 된다.

무의식의 발현. 정신분석학이론

그렇게 악몽을 꾸기 시작한지 벌써 3주. 버섯양은 이제 간절하게 좋은 꿈을 꾸고 싶었다. 밤이 되자 또 악몽을 꿀 생각에 무서워진 버섯양. 기분을 달래보려는 마음에 평소 좋아하던 초콜릿이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살이 찔까봐 초콜릿을 먹지 못하고 잠을 청했다. 버섯양은 그날 악몽을 꾸지 않았다. 오히려 초콜릿으로 가득 찬 방에서 마음껏 초콜릿을 먹는 꿈을 꾸었다. 버섯양이 이런 꿈을 꾼 배경은 정신분석학이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이론’은 억압된 기억이나 불안이 무의식에 갇혀 있다가 꿈을 통해 발현된다는 이론이다. 현실에서 충족시키지 못한 욕망을 꿈에서 충족시킨다는 뜻이다. 정신분석학이론은 심리 문제를 다룰 때 유용하다. 정신분석학이론에 따르면 꿈은 적극적으로 해석할만한 대상이다. 인간에 내재한 욕망을 탐구하여 현실의 심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꿈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자각몽

버섯양은 초콜릿 꿈을 다시 꾸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초콜릿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해도 그 꿈을 다시 꿀 수는 없었다. 버섯양은 원하는 대로 꿈을 꾸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듣고 시도해봤다. 그리고 그날 밤 초콜릿 꿈을 다시 꾸게 됐다. 버섯양은 꿈인 것을 알고 살찔 걱정도 없이 초콜릿을 마음껏 먹었다. 이처럼 자신이 꿈속에서 꿈임을 자각하고, 원하는 대로 꿈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 것을 ‘자각몽’이라고 한다. 자각몽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미국의 꿈 학자 스티븐 라버지는 꿈을 꾸는 동안에 벌어지는 어떤 이상한 일이 자각을 촉발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꿈속에서 물속을 걷고 있었는데 호흡을 걱정하는 순간 자각이 촉발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자각의 촉발을 의식적으로 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그는 자각몽을 꾸는 사람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안구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점을 활용해 그는 자각몽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실험을 시도했고 이는 성공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주장한 이론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각몽을 꾸는 방법을 가르쳤고 같은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피실험자의 약 90%는 라버지가 주문한 안구 운동을 수행해냈다.

꿈은 현실의 연장이다

버섯양은 이제 초콜릿 꿈을 원할 때마다 꿀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꿈에서 초콜릿은 항상 이상하게 생긴 방에 가득했다. 버섯양은 그 방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었다. 버섯양은 자신의 오래된 사진을 보고서 그 방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그 방은 친하게 지내던 친구의 방이었다. 버섯양의 사례는 독일의 꿈 학자 힐데브란트가 “꿈은 우리들이 외적으로 또는 내적으로 이미 체험한 것으로부터 근본 재료를 빌려온다”고 말한 것과 일치한다. 벨기에의 꿈 학자 델뵈프도 꿈은 현실의 연장선에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델뵈프는 꿈속에서 도마뱀이 눈 속에 묻혀 얼어 죽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도마뱀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따뜻하게 해주고 어떤 양치식물의 이파리를 먹여주었다. 꿈속에서 그는 도마뱀이 그 양치식물을 매우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며 식물의 명칭을 ‘아스플레니움 루타 무랄리스’로 알고 있었다. 훗날 델뵈프는 그 식물을 과거에 본 적이 있음을 우연히 기억하게 됐다. 자신의 어린 시절, 친구의 집에서 작은 식물사전을 봤는데 그 사전에 ‘아스플레니움 루타 무라리아’라는 식물이 기술돼 있었고, 또 그것을 도마뱀이 좋아한다고 적혀있던 사실을 문득 기억해낸 것이다.


 
1. 맹인도 꿈꾼다. 후천적 맹인은 시각적인 꿈을 꾸지만 선천적 맹인은 시각적인 꿈을 꾸지 않는다. 선천적 맹인은 청각,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의 꿈을 꾼다.

2. 꿈에서 우리는 대화하지 않는다. 꿈의 80%는 시각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나머지의 대부분도 촉각정보로 구성돼 있어 청각, 후각, 미각정보는 꿈에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3. 꿈을 방해 받은 사람은 정신병에 걸린다. 최근의 한 연구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해 꿈이 정신병을 예방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피실험자들의 잠은 충분히 보장한다. 그렇지만 피실험자들이 꿈을 꾸기 시작하면 바로 잠에서 깨어나도록 한다.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들은 3일 만에 신경쇠약, 우울증 등 정신질환 증세를 호소했다.

4. TV가 흑백이던 시절의 꿈은 흑백이었다. 이는 오랜 시간 접한 영상의 색상이 꿈에 그대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에도 모든 꿈이 흑백인 것은 아니었다.

5. 살바도르 달리는 꿈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활용했다. 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연필을 손에 쥐고 잠을 청했다. 이는 꿈에 빠질 때 연필을 놓쳐 꿈에서 곧바로 깨어나고 꿈 내용을 바로 적어두기 위한 행동이었다.

6.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꿈을 아이디어로 활용했다. 그는 꿈을 아이디어로 활용하기 위해 베개 맡에 노트와 필기도구를 준비해두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기술된 저작이 바로 『제3 인류』.

7. 잠을 자는 자세는 꿈에 영향을 끼친다. 홍콩의 한 대학교는 엎드려 잘 경우 야한 꿈을 꿀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엎드려서 자면 호흡이 가빠지므로 몸이 흥분상태에 쉽게 빠지기 때문이다.

8. 유전자가 비슷할수록 꿈도 비슷하다. 특히 악몽이 비슷하다. 핀란드의 한 조사기관은 이란성 쌍둥이보다 일란성 쌍둥이가 비슷한 악몽을 꿀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9. 꿈에서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없다. 꿈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우리의 기억을 토대로 구성된다. 자신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경험을 하지 못한 우리는 당연히 꿈에서도 자신의 모습을 제3자의 시선으로 볼 수 없다.

10. 마찬가지로 꿈에서 우리는 죽을 수 없다. 우리는 죽음이라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꿈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죽은 모습을 보거나 죽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죽는 순간에 꿈속의 화면은 변하거나 아예 꿈 자체가 기억나지 않게 된다.

 

글_ 김민기 수습기자 mickey@uos.ac.kr
사진_ 영화 <인셉션> 장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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