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해봤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인간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정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혹은 개인의 성격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이 인간관계다. 그렇다고 무조건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말처럼 우리는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는 ‘정답’은 던져줄 수 없지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다. 인간관계의 다양한 양상과 우리대학 학생들이 생각하는 인간관계에 대해 알아보고 관계 회복을 위한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편집자주-

 
관계 맺는 게 어려운 사람들

개강 후 첫 수업시간, 교실에 들어선 우리대학 학생 A씨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앉을 자리를 찾는다. A씨는 올해 전과를 했다. 전과를 하니 학과 내에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전과한 과에는 친한 사람들끼리 이미 무리를 지어 어울리고 있다. A씨는 결국 수업을 혼자 듣는다.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싶지만 어떻게 사람들과 친해져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친구를 어떻게 사귈지 고민하는 대학생이 A씨만은 아니다. 서울시립대신문이 지난 10일과 11일 양 일간 우리대학 학생 307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게 어렵다’, ‘친구와 어떻게 친해져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자신의 고민을 밝힌 대학생들이 꽤 많았다. 새내기들도 이런 문제를 겪는다. 올해 우리대학에 입학한 박서윤(세무 14)씨는 “중·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친구들을 사귀는 게 더 어려워졌다. 개강총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같은 과 사람들끼리 모일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대학교에 와서 친구 사귀는 문제로 고민을 하는 것일까. 그 원인에 대해 박서윤씨는 “중·고등학교와는 다르게 대학교에서는 친구들끼리 서로 수업도 다르고 같이 모일 자리가 많지 않아서인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학생상담센터 김상수 팀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중·고등학교 때는 한 반에서 거의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단계적으로 친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와 달리 대학생들은 같은 학과라도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른 수업을 듣는다. 또한 한 친구와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깊이 친해지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이 문제를 겪는 학생들은 대학 내에서 어느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는 소위 ‘아웃사이더’가 될 수도 있다. 김상수 팀장은 “인간관계를 맺는 걸 포기한 채 유령처럼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 있다.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혼자가 된 학생들이고, 본인이 그 부분에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관계를 맺는 데 있어 먼저 다가가는 게 필요하고, 처음부터 깊은 관계를 맺으려 하지 말고 가벼운 관계부터 맺어야 한다. 또한 다가오는 사람을 열린 마음으로 대하는 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 맺는 게 스트레스인 사람들

“사람을 만나는 게 스트레스다. 그 사람의 눈치를 봐야 하고 기분을 맞춰줘야 하는 게 너무 힘들다. 집에 있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B(한국외대 3)씨처럼 관계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끼는 사람들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우리대학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역시 이러한 경향이 나타난다. 친구를 만나는 것을 스트레스로 느낀 적이 있냐는 질문에 48%가 ‘가끔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렇다’는 6.9%, ‘자주 그렇다’는 2.3%로 나타났다. A씨처럼 극단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낀 사람들이 응답자의 과반을 차지하는 것이다. C(이화여대 3)씨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느라 피곤하다.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은데 감정을 숨겨야만 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심리상담센터 강용 원장은 “이런 현상이 심해질 경우 관계를 차단하고 한정시키게 된다. 그러면서 기존에 있던 친구까지 잃게 되고 결국 도태되고 만다”며 우려를 표했다.

우리대학에서 ‘인간관계의 이해’를 가르치는 최문정 교수는 “학생들이 너무 나약해졌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아도 견딜 수 있는 힘이 있으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지만 학생들이 나약해진 이유를 학생의 탓만으로 돌리긴 어렵다. 제도권 안에서 어떤 한 길로 가기를 강조하고 그것이 정답이라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한테 맞는 정답을 알기 위해서는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그러면서 끊임없이 깨져보고 부딪혀서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회가 근육이 생길 힘을 주질 않는다”며 사회적인 구조 역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 한 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피상적인 관계를 두려워하는 사람들

‘대학 친구는 관계유지가 어렵다’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서울시립대신문에서 비슷한 질문인 ‘대학 친구는 졸업하면 안 본다’는 질문으로 설문을 했을 때 설문 응답자의 53.3%가 ‘어느 정도 맞다’고 대답했다. D(서경대 3)씨는 “방학 때는 아무 연락도 없이 잠수를 타다가 개강할 때쯤 다시 모여 친해지는 게 대학의 인간관계 같다”고 말했다. B씨 역시 “대학 친구가 수업을 듣지 않는 날에 밥을 먹자고 불렀더니 ‘수업 듣는 날도 아닌데 내가 널 왜 만나냐’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 친구 관계의 단상을 보여주는 정확한 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대학 인간관계에서 나타나는 피상적인 관계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인간관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봤냐는 질문에 대해 학생들은 ‘이 관계가 피상적인 관계여서 두렵다’, ‘그 친구가 진짜 착한건지 가식인지 고민된다’, ‘이 친구가 진정 믿을만한 친구인지 모르겠다’ 등 털어놓은 고민 중 10% 정도가 이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기존에 깔려있던 ‘피상적인 인간관계는 나쁘다’는 인식을 버리라는 것이다. 최문정 교수는 “피상적인 관계를 견딜 수 없다는 것은 내가 뭔가를 혼자하기 두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뭔가를 지속적으로 같이 하려고 하면서 그 사람을 소유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서로를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용 원장은 “어떻게 보면 대학 내에서 피상적인 인간관계가 맺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라는 단어를 한자로 풀이하면 ‘친할 친(親)’, ‘옛 구(舊)’다. 즉 오랫동안 친한 사람이 친구라는 뜻인데 대학생 때는 그게 힘들다. 그러다보니 겉치레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벼운 관계를 맺고 있는 겉치레를 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는 그냥 가벼운 친구라고 인정을 하면 된다. 그런 인정 속에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지다보면 깊은 친구도 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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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유예지 수습기자 yy0237@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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