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우리대학에는 총학생회(이하 총학)가 없었다. 총학 선거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선본이 나오지 않은 단과대도 많았다. 그래도 학생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한 이들이 없진 않았다. 2005년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비대위를 이끌었던 김택윤(행정 03) 전 비대위원장을 만났다. 그를 통해 학생회의 과거와 현실, 그리고 미래를 엿보고 싶어서였다.

“말이 권한 대행이지 정말 아무 것도 없었다. 체전도 하고 축제도 해야 하는데 인력이 너무 없었다. 비대위에서는 체전도 하지 말고 축제도 하지 말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학생회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학생들에게 알려주자는 안타까움에서 누군가가 던진 말이었다” 김택윤 전 비대위원장은 당시 암울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정치적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낼 여유조차 없었다. 학생들은 취업을 목표로 달려가기 바빴고, 본인은 무너지는 학생회를 이끌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그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학생 대표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총학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일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총학이 학생들을 이용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을 수도 있고, 정치 참여를 총학 구성원들이 개인의 미래를 위한 경력 쌓기로 여길 수도 있다.” 오늘날 총학의 정치참여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답한 첫 마디였다. 김택윤 전 비대위원장은 학생회의 정치 참여에 탐탁치 않아 했다. 그 이유로 그는 총학이 지닌 대표성을 들었다. “만일 총학생회장이 특정 정당을 지지한다고 밝히면 마치 우리대학 전체가 그 정당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총학이 정치적인 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학내 여론을 수렴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비대위원장으로 있던 당시, 운동권 학생들에 대한 학내 여론이 좋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김택윤 전 비대위원장은 “2004년에 ‘다함께 계열’의 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을 했는데 이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며 “당시 운동권 학생이 학생회 선거에 나오면 비운동권 학생의 당선을 막으려고 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의 이런 학내 분위기로 인해 2004년 이후 우리대학에서 총학생회의 노선은 줄곧 비운동권이었다. 김택윤 전 비대위원장은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는 총학생회가 정치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학생회의 정치 참여 여부보다 학생회 존속 자체를 걱정했다. “김택윤 전 비대위원장은 “학생회는 필연적으로 학생들에게 욕을 먹는다. 자신의 취업을 위해 쏟을 시간을 학생자치에 할애하고도 욕은 욕대로 먹으니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글·사진_이철규 기자 279@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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