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가 투명해야...’, ‘투명경영 강화’, ‘규정따라 투명하게’… 포털사이트에 ‘투명’을 검색하면 나오는 기사의 제목들이다. 투명성은 정치ㆍ경제의 영역에서 필수적 가치로 여겨져 왔다. 더 나아가 어느새 투명성은 자신이 활약하던 영역을 벗어나 그렇지 않아도 되는 분야까지 마치 당연한 듯 확산되고 있다. 일례로 고위 공직자의 재산 공개는 당연한 일이 됐다. 고위 공직자들이 거부하지 않는 한 그들의 정보는 가족관계라는 지극히 사적인 부분까지 공개된다. 이 시대에서 투명은 너무나 당연하게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투명사회』는 투명성이 ‘좋다’나 ‘옳다’처럼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투명성은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됐다. 다른 이데올로기가 흔히 그렇듯 투명성도 일정 부분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만이 절대화 되는 것은 위험하다. 정치는 전략적 행위이기 때문에 때로는 불투명성도 필요하다. 마냥 투명하기만 한 정치는 생산적일 수 없다. 각각의 행위에 대한 성과를 모두 투명하게 공개해야하는 사회에서 정부는 짧은 기간에 많은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정책만 추진할 수 밖에 없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전략, 즉 실제로는 더 큰 효용을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인간관계에서 투명함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추구할만한 가치일까? 우리는 상대방에게 완전히 파악됐을 때 일종의 불쾌감을 느낀다. 이 책은 불투명성이 우리 영혼의 본질 중 하나라고 말한다. 영혼은 타자에게 공개되지 않은 채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투명할 수도 없고, 투명해서도 안 되는 존재인 것이다. 이 책은 투명사회가 비밀에 대한 존중을 없앤다고 말한다. 때론 불투명성을, 상대방도 나에게 무언가를 숨길 수 있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김민기 수습기자 mickey@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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