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넌 취미가 뭐야?”라고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대학생들. 자신의 취미가 특색이 없는 것 같아서거나 부끄러워서이거나, 취미를 말했을 때 듣게 될 비아냥이 싫어서이거나 아니면 아예 취미가 없어서이거나 등 이유는 다양할 수 있다. 서울시립대신문은 취미가 서열화 및 스펙화되고 있는 현실을 집중조명해봤다. 이에 앞서 취미가 갖는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알아보고, 어떻게 취미를 즐겨야 하는지도 모색해보기로했다. 이번 기획 기사가 자신의 취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찰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 편집자주 -


취미를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

지난 24일, 25일 양일에 걸쳐 서울시립대신문에서 실시한 ‘취미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263명 중 217명에 달하는 79.5%가 ‘취미 간에 서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취미의 서열이 사회적으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 이수민(도시사회 12)씨는 “취미에 서열 같은 수직적 질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취미에 대한 접근성이나 취미 자체의 희소성 때문에 각 취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달라질 수 있는 것 같다. 같은 수집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더 희귀하고 오래된 것을 모은 사람이라면 우리는 그 수집가를 더 대단하게 보지 않느냐”라며 취미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 인식이 존재함을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은 설문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대중문화가 깎아내린 취미, 오타쿠

대중문화에 의해 저평가된 대표적인 취미는 오타쿠*들이 소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이다.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5.9%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문화사회연구소 권경우 소장은 “학생들이 취미에 대한 우열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회적으로 오타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존재한다고 답한 이유는 대중매체가 오타쿠 문화의 특정 부분만을 부각해 부정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는 개인의 가치관과는 별개로 대중매체로부터 학습된 취미 간의 서열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1.0%가 오타쿠에 대한 특정 인식을 갖게 된 이유로 ‘대중매체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 때문에’를 꼽았다. 권경우 소장은 “오타쿠 등의 특정 단어로 상대방을 칭하는 것은 상대방의 이미지를 자신의 관점으로 규정하는 행위다. 오타쿠가 비주류 문화에 속하다 보니 부정적인 편견이 주를 이룬다”라며 오타쿠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왜곡된 원인을 밝혔다.


계층의 척도가 된 고급 취미

공연 관람이 취미라고 밝힌 일반인 93명을 대상으로 서울시립대신문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본인의 취미가 사회적으로 사치스럽다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 같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가 84.8%였다. 권경우 소장은 “과거에는 신분 계급에 따라 고급문화와 저급문화가 구분됐는데 대중문화가 확산되면서 그러한 구분이 사라졌다. 현대에 들어서 고급 취미와 저급 취미를 구분 짓는 것은 경제력이다. 공연 관람처럼 지출이 큰 문화생활을 자주 즐기기 위해선 보통 수준 이상의 경제적인 여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부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나 높은 수준의 지식이 요구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공연문화를 경제력뿐만 아니라 교양 수준까지 갖춘 계층, 즉 상류층의 문화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세요’

우리에게 ‘취존’이라는 말로 더 익숙한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는 2010년 <화성인 바이러스>에 애니메이션 속 여자 캐릭터와 연애하는 이른바 ‘오타쿠’가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말이다. 취향을 존중받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취향의 가장 작은 부분, 지극히 개인의 영역인 취미조차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대학생 A씨는 “실제 TV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오타쿠들의 이미지가 전부는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문화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시선 때문에 나의 취미를 사람들에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라며 대중문화에 의해 사회적 인식이 잘못 형성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한편 공연을 즐겨보는 박다영(22)씨는 “공연 보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면 취미 생활에 지나치게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런 인식 때문에 취미를 묻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가 꺼려진다”며 취미를 경제력의 척도로 판단하는 사회적 시선에 대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권경우 소장은 “억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자신의 취미를 말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기검열이 이뤄지기도 한다. 특정 취미를 부정적으로, 혹은 극단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도 넓은 의미의 취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정 취미에 대해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며 취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오타쿠ㅣ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열정적으로 소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집 안에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부터 생겨났다.

장한빛 수습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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