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지난 26일 토목공학과 I교수를 만났다. I교수는 토목공학과 학생총회 이후 올라온 새내기의 글은 과장·왜곡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글을 쓴 1학년 새내기가 말의 의도를 오해한 것 같다는 말이었다. “요즘 시대가 어느 때인데 폭력적 요소가 들어간 군기를 옹호하겠느냐”며 교수들이 군기문화를 유지하는 세력이었다는 새내기의 글에 “상식을 벗어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1학년 학생들과 오해를 풀 자리를 가졌는지 I교수에게 물어봤다. I교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바빠 학생총회 이후 새내기가 쓴 글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1학년과 대화를 해볼 생각이 있는지 다시 여쭸다. 교수는 1학년 학생들과 더 이야기해도 오해만 계속 낳을 것이라는 생각 뿐이었고 오히려 글을 쓴 1학년 학생의 사과를 바라고 있었다.

교수와 학생 사이에 깊어지는 오해의 골도 토목공학과가 직면한 문제였다. 이러한 불통 속에서 부조리한 행위들이 사라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새내기의 글이 왜곡됐다는 교수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글을 대신 올려준 광장지기에게 연락했다. 그런데 광장지기는 중앙운영위원회 회의에 출석을 대기 중이었다. 토목공학과 측에서 새내기의 글을 대신 올려준 광장지기가 새내기에 편향된 관점으로 행동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토목공학과 재학생들과의 연락을 시도했다. 지인을 통해 토목공학과 학생회 집행부원으로부터 들은 말은 “사그라드는 일에 기름 붓는 거 같아 (인터뷰를) 하면 안 될 것 같다. 평범한 학생입장에서 말해도 언론에는 과장되게 쓰여지고, 모르는 사람들이 여론을 만든다. 우리 과 모두 선후배 간에 서로 돈독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떠한 행동을 해도 새내기와 여론 모두 민감하게 반응할 것 같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토목공학과 학생회장으로부터는 “교수와 학생회 논의 결과 3월 17일 이후(지난호 서울시립대신문)에 쓰여질 기사에 대해서는 도움을 못 드릴 것 같다. 죄송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4일 광장에 올라온 토목공학과 졸업생의 해명 글에도 누리꾼들은 거친 비판의 목소리를 낼 뿐이었다.    

토목공학과 졸업생은 “학과 내의 모든 규칙을 옹호하지 않으며 현재는 많이 바뀌었고, 그럼에도 변화해야 할 것이 아직 존재한다면 자신부터 바꾸겠다”며 글을 시작했다. “사람이 다칠지도 모르는 일을 하는 토목의 특성상 위압적인 기강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인맥과 학연이 만연한 토목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후배 간의 유대를 끈끈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하지만 군기문화는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고치겠다는 상황에서 나름 최선의 해명 글까지 남긴 졸업생에게 누리꾼들의 비난은 그치지 않았다.

토목공학과 학생회도 쉽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해가 갔다. 어떤 말을 해도 토목공학과는 질타를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인터뷰를 꺼리는 그들의 태도를 보며, 징계도 받았고 잠잠해지는 상황에 더 이상 관련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으면 사태가 끝날 것이라는 학생회의 태도는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한다고 해서 사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부의 질타가 두려워도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갈 것인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군기문화 근절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보여줘야 그들을 향하는 우려는 작아진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 광장에 올라온 졸업생의 글에는 신입생에게 이러한 문화가 싫으면 외국에 나가 공부하는 것을 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토목공학과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학연으로 연결되는 사회 탓일까, 아니면 바꾸겠다 하면서 그 와중에 광장지기의 잘못을 따지고 있는 토목공학과 내부가 문제일까. 아니면 사그라드는 일에 기름 붓지 말자고 사태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으려는 학생회가 문제일까. 토목공학과의 ‘결속력’이 부러운 같은 학교의 학생으로서, 새내기들과 충분한 대화로 토목공학과의 끈끈한 유대감이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교수님께 드러내며 연구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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