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인문·사회계열보다 예체·자과·공과대에 군기 强


‘대학 내에서 선후배 간의 기강(紀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우리대학 학생들의 45%는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은 40%,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은 14%로 그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과반이 선후배 간의 기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학년별로 보면 1학년 응답자 중에서는 선후배 간의 기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62%)이 가장 많았고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응답(23%)이 그 뒤를 이어 85%가 선후배 간의 기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2학년은 52%가 ‘어느 정도의 기강은 필요하다’고 답했고 ‘필요하지 않다’(37%)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9%)는 응답은 46%로 1학년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B(국사 12)씨는 “선배가 돼보니 어느 정도 예의를 차려주는 후배가 더 좋은 것은 사실이다. 1학년 때는 아무래도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선후배 간의 기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강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은 3학년이 72%, 4학년이 52%로 다시 높아져, 학년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기강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기강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개인의 자율성을 해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41%),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이기 때문에’(32%), ‘정신적·물리적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에’(15%), ‘대학 졸업 후 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므로’(2%)가 그 뒤를 이었다. 기강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C(국제관계 12)씨는 “대학은 기본적으로 학문을 배우는 곳인데 기강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다”라며 “요즘에는 공동체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해서 그런지 선배가 무언가를 규제하면 본인의 자유를 방해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대학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강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기강이 사회생활의 일부라는 점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33%). ‘선배를 존중하는 의미이기 때문에’(23%), ‘선후배 간의 유대감을 유지하기 위해’(22%) 등도 뒤를 이었다.

한국교원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는 D교수는 “기본적으로 상대에게 예의를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배의 말이면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연장자를 예우하는 문화에서는 선배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교수들이 어느 정도의 기강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우리대학 예체대 소속 E교수와 공과대 소속 F교수 역시 “후배가 잘못한 것에 대해 선배가 혼내는 일은 무릇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선에서 기강이 필요하다는 것이지 폭력이 들어간 기강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적정선에서 규율을 확립해야

제시한 항목 중 가장 많은 학생들이 경험한 것으로 드러난 ‘학번제’(전체 응답자의 15%)를 두고서 이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53.5%였다. 그 다음으로 학생들이 많이 경험한 ‘선배호칭 뒤에 ‘님’붙이기’(전체 응답자의 9%)를 부당하게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은 37%였다. AT나 압존법·‘다나까’ 말투 등을 부당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각각 92%, 80.5%인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이에 대해 G(행정 13)씨는 “선배 뒤에 ‘님’을 붙이는 것은 존대의 표현 중 하나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단체기합 등은 신체적으로 벌을 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이는 기강의 범주를 벗어난 폭력성이 가미된 행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D교수는 “이론적으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따라서 약간의 강압성을 동반한 규율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는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정당화돼서는 안 된다”며 “적정한 선에서 규율을 합의하고 규율 속에서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 교수들의 역할도 상당히 중요하다.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모범을 보여주고 인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군기문화로 대표되는 AT, 압존법·‘다나까’ 말투 등의 경험은 주로 공과대, 자과대, 예체대에 많았다. AT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의 4%로 공과대(8명), 자과대·예체대(각 2명)에 존재했고, 압존법·‘다나까’ 말투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 역시 예체대(5명), 공과대(4명), 도과대(2명), 자과대(1명)에서 나타났다. 착복식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자과대 학생(1명)도 있었다.

반면 경영대는 ‘선배호칭에 ‘님’붙이기’(1명)를 제외하고는 모두 경험한 것이 없다고 답했고 정경대와 인문대 역시 ▲벌금·불참비(각 2명) ▲학번제(각 2,4명) ▲선배호칭에 ‘님’붙이기(각 3,1명) 외에는 해당하는 항목이 없었다.    

단과대학별로 위압적인 기강의 경험에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해 우리대학 H교수는 학문분야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공과대 학생들의 경우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연구실은 마음 놓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규율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체육학과 역시 기구를 많이 다루고 몸을 사용하는 것이 일상이다 보니 규율이 존재하고 집합 문화가 존재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D교수 역시 “의과대학 같은 경우 소위 말해 기강이라 볼 수 있는 규율이 엄격한데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한 치의 오류나 방만함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대와 같이 실험 기자재를 다루는 곳도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단과대보다 위압적인 기강이 더 나타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설화 기자 lsha22c@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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