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아한 거짓말>의 주인공인 ‘천지’는 결국 삶의 끈을 놓는다.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아픔 때문이다. 그렇지만 천지는 무던히도 삶의 끈을 붙잡기 위해 노력한다. 도서관에서 만난 처음 보는 아저씨에게 자신의 가장 깊고 아픈 고민들을 털어놓는다. 혹은 친한 친구와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 가 간식을 먹으며 소소한 휴식을 즐기기도 한다. 혹은 자신의 우울증을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찾아보며 고민하기도 한다.

 
이렇게 천지의 삶을 지탱했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나도 언론사의 행정인턴분께 내 고민을 털어놔봤다. 평소에는 지나치면서 인사 정도만 하는 사이였는데, 막상 마주 앉아 내 고민들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끊임없이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의 연애나 진로에 관한 고민부터 오래된 고민인 우리 부모님 사이의 일, 어릴 때 친구들과 사이가 좋지 못했던 것까지 다 털어놓게 됐다. 행정인턴분이 나보다 훨씬 인생 경험이 풍부해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또 행정인턴분이 다음에도 얼마든지 고민을 상담하러 오라고 말해 주셨다. 돌아오는 길에 내 고민을 잘 알고 있는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천지가 친구와 둘만의 장소인 학교 뒤뜰에 찾아가 햇살을 즐겼듯, 친한 동료 기자와 함께 나만의 비밀 장소인 미디어관 옥상에 찾아갔다. 미디어관은 우리 신문사가 속해 있는 건물이다. 오후 3시, 나른한 햇살 아래 간식을 먹으면서 내 고민을 늘어놨다. 행정인턴분과 말할 때와 마찬가지로 얼마 걸리지 않아 남에게 좀체 하지 않는 이야기까지 다 털어놨다. 동료 기자가 그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줘 이해받는 느낌이 들어 조금 벅차오르기도 했다. 이런 솔직한 감정까지 쓰자니 이걸 보게 될 동료기자에게 좀 부끄럽기는 하다.

그런 후에는 천지가 자신의 문제에 대한 답을 도서관에서 찾으려 했던 것처럼 나도 도서관을 찾았다. 나는 평소에 내 고민인 ‘강박’에 대해 찾아보았다. 최근에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민들을 계속 붙잡고 스트레스만 받고 있었는데, 이런 행동이 강박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고민하고 있던 차였다.

강박과 관련된 책이 있는 서가로 가자 서가의 한 귀퉁이가 전부 강박에 관한 책으로 채워져 있었다. 우선은 내 문제에 관한 해답이 이렇게 풍부하게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책들을 읽고 내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 괜히 마음만 급해졌다. 그러면서도 이 책들로 진짜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가 의심되기도 했다. 그래도 읽어보니 앞으로 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천지가 자신을 위로하고 삶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던 흔적들을 뒤따라 가 봤다. 천지의 절박한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야 없었지만, 천지가 느꼈을 소소한 위로를 종종 마주칠 수 있었다. 천지의 발자취를 따라 여러 가지를 해보고 나서 참 평범한 결론을 얻은 것 같다. 작은 고추가 맵듯, 작은 위로가 강했다.


송동한 기자 sdh1324@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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