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의 태양’, ‘별에서 온 그대’, ‘신의 선물’ 등 요즘 드라마를 보면 공통된 아이템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그림책이다. 위 드라마 모두에게 그림책은 극의 전개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관련 그림책이 판매순위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새삼스러운 그림책 열풍이 불고 있다. 잊혀지다가 다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그림책. 그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그림책을 지탱하는 튼튼한 기둥, 소재와 캐릭터

그림책 속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다. 겉으로 보기에 하찮아 보이는 생물들의 모습이 그림책 속에선 강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로 묘사된다. 우리가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들은 무민, 슈렉, 엘로이즈, 강아지똥 등이 있다. 우리대학에서 ‘아동문학과 환상예술’을 가르치는 김지은 교수는 “동물 캐릭터가 가장 많긴 하지만 상상 친구나 괴물, 요정, 현대적인 로봇에 이르기까지 그림책의 캐릭터 범위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어요”라며 그림책 속 캐릭터들의 특징을 설명했다.

소재의 다양성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그림책의 특징이다. 아주 먼 옛 이야기를 소재로 한 그림책부터 역사적 사건 혹은 인물, 그리고 작가들의 일상 혹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꾸며지는 그림책까지 그림책의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그림책방 ‘그림책노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지은 씨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여자아이의 왕국』이라는 그림책이 정말 신선했어요. 여자아이들의 초경을 자극적이지 않게 적절한 은유와 비유, 그리고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을 했더라고요. 이런 것도 그림책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죠”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돼지가 사람으로 변한다는 이야기,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이를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이야기 등 우리가 상상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그림책 속에서는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펼쳐진다.


 
독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그림책

그림책 독자들은 그림책에 자신만의 의미와 철학을 부여하면서 그림책을 즐긴다. 김희원(한국항공대 3)씨는 “내가 보는 시기, 보는 기분 상태, 보는 나이, 보는 계절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읽힌다는 게 그림책의 매력인 것 같아요. 10년 전에 봤던 책을 다시 읽어보니 또 다른 읽을거리와 볼거리가 그 책에서 발견돼요. 이는 저에게 색다른 감흥을 선사해요”라고 말했다.

그림책을 나만이 소유할 수 있는 미술관이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림책의 위대한 발견> 전시회에서 *도슨트를 하고 있는 윤소록(27)씨는 “그림책 연구가인 마틴 솔즈베리가 ‘그림책은 아이들이 처음으로 접하는 미술관’이라는 말을 했어요.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그림책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미술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나만의 서재에 꽂아놓고 보고 싶을 때마다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는 미술관 말이에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지은 씨는 “저는 그림책 안에서 주인공이 이동을 하는 경로를 따라 여행을 하곤 해요. 그러다 보면 책 안에서 직접 그림으로 보여주지 않는 장소도 책장을 넘김과 동시에 제 머릿속에 생겨나게 돼요. 그림책을 다 보고나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돈 기분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렇듯 사람들은 그림책을 제각각 모두 달리 해석을 하고, 다르게 즐긴다.


 
어른이 읽는 그림책 

이런 매력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림책이 어린 아이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어른들이 그림책을 읽을 때 느끼고, 얻는 것도 더 많다는 게 그림책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윤소록씨는 “그림책에는 나의 옛날 모습이 녹아있어요. 캐릭터에 나를 투영하고, 옛날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살펴보는 회상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그림책이에요”라며 어른이 된 자신에게 그림책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설명했다. 그림책을 즐겨 읽는다는 문지현(20)씨 역시 “그림책은 제가 계속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존재에요. 그림책이 펼쳐내는 상상의 세계가 현재에 묻혀서 점점 무덤덤해지는 저에게 ‘그래도 넌 아직 꿈을 꿀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림이 있는 책을 파는 책방인 ‘피노키오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이희송(43)씨는 “그림책에는 교훈적인 내용들이 참 많아요. 어른들은 ‘이건 어렸을 때 다 읽은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다 잊고 지내거든요. 그림책은 어른이 돼 잊고 살게 되는 덕목 및 가치들을 다시 되살려주는 역할을 해요”라고 말했다.

 “옛날옛날 먼 옛날에…” 누구나 한번쯤은 엄마에게 그림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봤을 것이고, 엄마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눈이 스르륵 감긴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커가면서 그림책은 점점 멀어져가고, 그렇게 잊힌 존재가 됐다.

그 시절 포근했던 때를 생각하며 그림책을 펼쳐보자. 힘들 때나 기쁠 때나 당신이 손을 내밀면 그림책은 당신을 마다하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서 그 자리에 언제나 서있을 것이다.

* 도슨트(docent) : 지식을 갖춘 안내인, 전시물에 대한 설명을 알기 쉽게 제공하는 사람


글·사진_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편안한 쉼터, 그림책노리

그림책만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 ‘그림책노리’에 앉아서 하염없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나만의 공간이 된 듯 편안함이 밀려온다.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지은 씨는 “그림책이 어른들에게 즐거운 장난감으로 비춰졌으면 좋겠어요”라며 포근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4년 전에 그림책노리를 열었다. 자신이 생업에서 벌어들인 대부분의 돈을 이곳에 쏟는 등 그림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냈다.

물론 인터뷰를 위해 가게 된 곳이지만 그 곳에서 나오는 순간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그림책을 읽으면서 여유를 부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

* 그림책노리의 추천 그림책 :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문제가 생겼어요』 - 얼룩 하나로 하나의 완벽한 이야기를 풀어낸 신선한 그림책

 

즐거운 나의 서점, 피노키오 책방

피노키오 책방에서는 그림책부터 만화, 그래픽노블까지 그림에 관련된 책이라면 다 구비돼 있다.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희송 씨는 “그림이 주는 확실하고도 간결한 메시지에 매료돼 이런 서점을 열게 됐어요. 그림은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오잖아요”라며 이 가게를 열게 된 이유를 말했다. 동네 서점답게 주인아저씨와 손님들의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친절한 주인아저씨의 미소에 가게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혹 힘든 일이 있다면 한번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친절한 주인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며 한 번,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줄 그림책을 읽으며 또 한 번. 아마 책방을 나설 때 즈음 한결 편안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피노키오 책방의 추천 그림책 : 숀 탠 『빨간 나무』 - 계속된 절망이 희망에서 바뀌는 순간 나 역시 위로를 받게 되는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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