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지난달 21일 개관했다. 우주선을 닮은 이 건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건축 관련 종사자부터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표했다. 현재 DDP를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부정적이다. 이는 DDP가 주변과 어울리지 않다는 경관적 측면이나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적 측면에만 주목한 까닭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DDP는 나름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DDP에 내재된 가치는 무엇이 있을까.

▲ DDP의 외관 전경. 미래적 형태를 뽐내고 있다.

세계 최대의 비정형건축

DDP는 세계 최대의 비정형 건축물이다. 비정형 건축은 일반적인 박스 형태의 정형 건축과는 달리 곡면이 자유롭게 가미된 건축이다. 곡면이 가미된 건축이다 보니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DDP는 3차원 비정형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평면을 한 번 꺾은 형태의 건축을 2차원 비정형 건축이라 한다. 서울시 신청사가 2차원 비정형 건축으로 만들어진 건물이다. 3차원 비정형 건축은 이보다 더 나아간다. 이미 구부린 평면을 한 번 더 꺾는 것이다. 따라서 3차원 비정형 건축은 2차원 비정형 건축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 비정형 건축물을 만들 때는 외관에 무수히 많은 판넬을 덧붙여 곡면을 표현하게 되는데, DDP 외관의 전체 면적은 일반 축구장의 약 3.1배에 달하므로 그것을 실제로 건설해내는 데는 엄청난 기술이 필요하다.

DDP의 시공을 맡은 삼성물산은 설계자 자하 하디드의 구상을 재현해낼 만한 기술이 없었다. DDP 현장 공무팀의 백인범 대리는 삼성물산 홈페이지를 통해 “영국과 독일에 비정형 판넬 제작을 의뢰하려 했으나 20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곡면 판넬을 만드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비행기나 자동차 제작소뿐만 아니라 조선소까지 찾아다니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약 1년 6개월 후 마침내 외관을 덮을 비정형 판넬을 만들 수 있었다. 건축 선진국에서도 만드는 데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 것을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낸 것이다. 심지어 DDP에 사용된 45,133장의 판넬은 단 한 장도 같은 것이 없다. 우리대학 건축학부 배형민 교수는 “DDP는 건물 자체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 이런 건물을 성공적으로 건설해낸 기술을 보유하게 된 것은 세계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 낯선 모습의 DDP는 보는 이의 시선을 잡는다.

DDP에 들어있는 ‘낯설게 하기’

1920년대에 러시아 문학의 한 사조로 ‘낯설게 하기’가 나타났다. 인간은 무언가에 쉽게 익숙해지는 동물이다. 사물을 인지하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 된다. 즉, 사물을 별다른 판단 없이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 속의 많은 사물들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처음의 신선함을 잃게 된다. 낯설게 하기는 사물의 본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퇴색한 세계만을 바라보는 인간에게 사물의 본래 색깔을 찾아주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어려운 형식을 보고 그것을 천천히 받아들여 의미를 분명히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문학 사조 ‘낯설게 하기’가 DDP에 들어있다. DDP는 흔히 보던 박스 형태의 건물과는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낯설음을 느낀다. DDP의 설계자 자하 하디드 역시 DDP에서 열린 포럼에서 “사람들이 아주 새로운 것을 봤기 때문에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DDP의 익숙하지 않은 모습 때문에 시간을 들여 건물을 감상하게 된다. 오랜 감상은 사람들이 그것의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는 기반이 된다. 전면과 후면의 구분이 없다는 점은 DDP의 감상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박스형 건물을 볼 때와는 달리 건물 각각의 측면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DDP는 주변 경관이나 지역의 역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건물이다. 하지만 관점을 조금 다르게 해서 보면 익숙한 건물이 들어섰을 때와는 다른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DDP는 낯설게 하기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낯선 모습의 결과로 DDP는 개관 첫날 약 15만 명의 입장객을 유치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도시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

도시는 항상 불균형을 안고 있다. 한 장소가 번영하기 시작하면 다른 장소는 쇠퇴한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동대문은 강남이나 명동이라는 중심가에 비해 낙후됐다. 중심에서 벗어난 도시에 다시 호흡을 불어넣는 방법으로는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이 있다.

도시재개발은 낙후된 장소를 중심지로 만들어 번영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낙후된 장소가 다시 도시의 중심이 된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고, 만약 성공하더라도 다시 그 주변부가 황폐화된다는 단점이 있다. 황폐화의 무한소급은 도시의 불균형을 해결할 수 없다. 그에 비해 도시재생은 도시의 불균형 자체를 해소하려는 노력이다. 주변화된 장소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서 중심가의 역할을 나눠 갖는다. 낙후된 장소를 다시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하던 것과는 다른 역할을 부여해 주변이 황폐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DDP는 도시재생을 위한 가장 대표적인 노력의 일환이다. 자하 하디드는 DDP에서 열린 포럼에서 “DDP 자체가 새로운 지형”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도시를 재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장소를 일종의 풍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Landscape Urbanism)’이다. DDP의 옥상에 풀밭을 조성하는 것은 이것이 추구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공원처럼 이용되는 건축물이 시민의 발걸음을 유도해서 황폐한 장소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DDP는 동대문을 서울의 중심부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다만 동대문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이 목적이다.


DDP의 몰랐던 가치 “건축을 존중했다는 의미”

DDP 개장은 프로젝트가 결정되고 난 이후 3차례 연기됐다. 배형민 교수는 “DDP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건축가를 존중한 건축물이다. 유적이나 성곽의 발견으로 공사를 늦추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건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사기간이 연기됐다. 이는 최초의 시도이며 건축 자체가 존중된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에는 투자가 필요하다. DDP의 경제적 측면만 보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가장 저렴한 것만을 원하는 것이냐고 되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글_ 김민기 수습기자 mickey@uos.ac.kr
사진_ DDP 홍보팀, 신경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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