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영화 제작에 필요한 비용 모두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군중을 뜻하는 ‘crowd’와 자금을 마련한다는 뜻의 ‘funding’이 합쳐진 말로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목표 자금을 조달받는 방식을 일컫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마련해주는 방법으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독창적이고 재밌는, 혹은 사회적으로 필요한 아이디어를 지지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 또한, 참여자들은 목표 투자 금액을 달성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자발적으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히 기부나 투자의 차원이 아닌 자신의 관심사와 비슷한 가치관을 지지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아이디어를 후원하는 펀드

크라우드 펀딩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곳은 단연 예술 분야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창작물에 대한 아이디어만 있다면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 비용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분야의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이 아닌 리워딩(rewarding)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게임 아이템에 이름을 적어준다거나, 시중에 나오기 전에 미리 앨범을 보내주는 식이다.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을 운영하는 염재승 대표는 “기존의 펀드처럼 창작자가 투자자에게 일정 수준의 투자 수익을 제공하면 투자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또 돈이 되는 예술을 선택하게 된다. 예술 창작에 있어 수익성을 담보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참여자들에게 투자 수익 대신 리워딩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며 리워딩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예술 분야의 구조적인 개선 또한 이끌어내고 있다. 기존 문화 산업 시장은 대중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를 받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작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염재승 대표는 “돈에 구애 받지 않고 마음껏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을 만들고자 했다. 창작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대중성이나 수익성에 상관없이 공평하고 균등한 제작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잘 마련되면 아직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은 창작자일지라도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수로부터 지지받아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지지를 투자로

크라우드 펀딩이 꼭 예술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모아 선거 자금을 마련해주는 펀딩도 활발하다. 선거 자금이 부족한 후보들은 펀드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자금을 미리 지원받고 선거 이후 일정 비율의 이자를 붙여 되돌려 준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이 개설한 희망펀드가 있다. 이후 이와 같은 ‘정치인 펀드’가 활발해지면서 다가오는 6·4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도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선거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의 하나인 ‘콩나물 펀드’를 진행 중인 원혜영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측 유윤진 보좌관은 “시민들의 폭발적인 참여와 응원 덕분에 많은 힘을 얻고 있다. 경기도 유권자 외에도 다양한 분들이 지지해주신다. 많은 분들이 정성스레 모아주신 선거자금인만큼 보다 책임감 있게 잘 쓰고 돌려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윤진 보좌관은 “펀드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후보에 대한 새로운 홍보방안이 되고 있다. 콩나물 펀드라는 이름은 풀무원 창업자인 원혜영 후보의 경력을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콩나물시루 같은 출퇴근 버스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공약의 내용을 함께 담고 있다. 펀드 이름이 가진 상징성을 통해 후보의 이미지도 함께 전달하는 것”이라며 정치인 펀드의 이름이 가지는 기능을 함께 언급했다.


좋은 사회를 위한 투자

예술 작품을 지원하든, 정치인을 지지하든 크라우드 펀딩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수가 참여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 유윤진 보좌관은 “많은 사람들이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조심스러워 한다. 크라우드 펀딩은 그런 사람들에게 좋은 사회 참여의 수단이 될 수 있다. 펀드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후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선거에 대한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된다”며 크라우드 펀딩이 정치 참여 분야에서 갖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영화 제작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박귀란(22)씨는 “크라우드 펀딩은 단순히 어떤 창작물을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작자의 가치관을 동의하고 지지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소액의 후원금일지라도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개인이 각자 갖고 있던 문제의식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사회참여의 통로가 생긴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크라우드 펀딩 참여를 장려했다.


장한빛 수습기자 hanbitive@uo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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