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게 나라냐?’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을 지켜본 많은 국민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던지는 공통 질문이다. 이 질문에 이런 자조 섞인 대답도 들려온다. ‘무정부 상태도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대한민국의 현 정부는 당장 자진 폐업해야 한다.

격분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이 국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은 국가가 곧 국민인 민주공화국에서는 국민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국민이 참괴(慙愧)하는 일차적인 대상은 추상적인 국가가 아니라 백일하에 민낯을 드러낸 바로 ‘나 자신의 모습’이다. 수치심과 굴욕감이 이보다 더 구체적일 순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기본 업무조차 수행하지 못하는 절대 무능의 정부, ‘관피아’니 뭐니 해서 스스로 ‘밥버러지’임을 증명한 절대 부패의 정부는 이제 이 나라를 조국이라 부르고 싶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에겐 더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은 이른바 ‘국가개조’를 언급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이 허깨비 같은 뭔가를 내놓았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이야기했는가. 단언컨대, 대통령은 잘못 짚었다. 사람 몇명 갈아치우고 제도 몇개 고친다고 개선될 이 나라의 시스템이 아니다. 성장지상주의, 경쟁지상주의, 이기주의, 배금주의 등을 에너지로 돌아가는 가공(可恐)할 시스템을 이 나라에 안착시킨 아버지의 딸로서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뜨거운 가슴’으로 행동하기에 앞서 ‘차가운 머리’로 고(告)한다. 폐가입진! 300명이 넘는 세월호 희생자들과 이 나라를 나라로 여기지 않는 수많은 국민들에게서 현 정부를 비롯한 모든 껍데기는 가고 민주(民主)의 알맹이만 남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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