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훌쩍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사실 훌쩍은 아니고 하반기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떠난 생애 첫 배낭여행이었다. 떠나기 전에는 별 걱정이 다 들었다. 곧 4학년인데 학점도 별로, 영어도 그다지, 전공지식은 제로. 뭐 하나 제대로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다. 자신감 있게 선보일 나만의 히든카드가 없으니 어디 가서 조금이라도 잘나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금방 기가 죽고 열등감을 느끼곤 했다.

이렇게 끊임없이 뒤처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한 대학교 3년. 자격이 있나 싶었지만 다 내려놓고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시험 기간에 ‘그래! 포기 했어. 이건 너무 어려워서 안 되겠는 걸? 술이나 먹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을 먹어도 마음 한 켠은 여전히 불편했다. 그렇지만 다 잊고 다녀온 여행은 대학생인 내가 사는 법이 아닌 내가 대학생으로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을 알려줬다.

지난날의 나처럼 삶에 지친 학우들을 격려하고 싶다. 그리고 모두가 각자 행복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 꼭 짐을 꾸려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쟁여놓았던 욕망들을 해소하는 여행 말이다. 돈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팔자 좋은 날라리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일 필요도 없다. 팔자 좋은 날라리면 좀 어떠한가? 이렇게 얻은 남들이 갖기 못한 ‘내 것’들이 내 남은 생의 자산이고 밑천이라 믿었기 때문에 지나온 여행길이 너무 행복할 수 있었다. 누군가 나처럼 날라리 외출을 자처한다면 나는 등을 떠밀며 격려하고 싶다.

이윤지(환경공학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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