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나지 않을 이야기, 라디오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직후, 전 국민을 슬픔에 빠지게 한 그 사건 앞에 나도 별 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무기력해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일을 하다가도 배 안에 갇혀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다시금 인생이 허망해졌다. 열 번 남짓을 울고 나서야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운을 좀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다.

평소 예능을 즐겨보던 나였기에 머지않아 TV로 향했다. 하지만 어쩐지 TV는 나를 더욱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보면서 웃고 싶은 마음에 찾은 예능은 모두 결방됐고, 드라마의 경우 막장적인 요소로 분노만 더 돋우었다. 이어 드라마보다 더 막장 같은 현실이 뉴스에서 계속 보도됐고, 새로운 소식은 나오지 않은 채 슬픈 소식만이 반복적으로 들려올 뿐이었다.

그렇게 있는 둥 없는 둥 시간을 보내고 있던 날 깨워준 건 라디오였던 것 같다. 물론 신나서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디제이들이 표하는 애도와 그에 따른 선곡은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듯 했다. 라디오에서는 TV에서 연신 보도하던 자극적인 내용의 뉴스도 그리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난 다시 라디오를 찾게 됐고 라디오와 함께 내 생활은 그래도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생각해보면 라디오는 항상 우리 곁에서 이런 기능을 했었던 것 같다. 그 자리에 묵묵히 서서 우리가 힘들 때 마다 위로를 해줬다. 라디오의 ‘위기’를 논하면서도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위기가 왔을 때 라디오에게 기대곤 했다. 우린 이번 기획을 통해 그저 변함없이 항상 존재해왔던 라디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추억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생각해보면 라디오에 대한 추억에는 안 좋은 추억은 거의 없지 않은가. 아련함과 설렘, 두근거림. 라디오가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독자들이 이따금 다시 느껴보며 공감을 할 수 있다면 이 기획은 반 이상 성공한 것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FM라디오의 경우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올해 50주년이 됐다고 한다. 50페이지 역사 속에서 우리는 적어도 한 번씩은 등장인물이 돼보기도 하고, 가끔은 조연이 돼 공감을 하는 등 라디오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또한 라디오는 50년 동안 서민들의 가장 가까운 매체로서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담아내고, 발 빠르게 소식을 전해주는 등 사회적인 역할 역시 충분히 해내고 있다. 앞으로도 라디오는 ‘위기’라는 말이 계속 들릴 것이지만 라디오는 보란 듯이 굳건히 우리의 곁에 함께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말이다.

정수환 기자 iialal91@uos.ac.kr

저작권자 © 서울시립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